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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영남 “세시봉 현상 오래 안 갈 것”
‘세시봉 친구들’은 정말로 바빠졌다. 콘서트하랴, 방송 출연하랴, 인터뷰하랴 정신이 없다. 송창식-윤형주-김세환 팀은 1월 한 달 동안 무려 17개의 공연을 소화했다. MBC ‘놀러와’의 세시봉 편이 일으킨 반향이다. 세시봉은 낭만과 여유와 우정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멤버 중 맏형인 조영남(66)을 그의 서울 청담동 자택에서 만났다. 휴대폰이 자주 울려 인터뷰 흐름이 끊길 정도였다. 기자가 방문했던 그날 조영남은 오는 10~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여는 45주년 단독 콘서트 ‘세시봉 그 후 45년: 조영남 콘서트’를 앞두고 공연기획자와 머리를 맞대고 레퍼토리를 짜고 있었다. 공연 콘셉트는 음악과 미술, 문학이 어우러진 토털 예술이다.

전방위 엔터테이너 조영남은 대중음악계에 ‘세시봉’이 촉발시킨 아날로그 바람에 대해 “좋은 현상이며 순리”라면서 “기계음에 지쳐 아날로그로 오는 거고 또 아날로그에서 멀지않아 기계음으로 가겠지. 문화의 흐름이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시봉 현상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 시대는 길게 가는 유행은 없다”고 예측했다.

조영남은 오디션 TV 프로그램이 범람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도 유행이고 흐름이고 대세니까 많이 하는 거다. 등수를 매겨 아메리칸 아이돌 흉내 내 여기까지 온 것”이라면서 “박성광이 말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거짓말이 아니다. 그걸 못하게 막은 건 더욱 코미디지”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나는 가수다’는 재능 있는 가수들을 가지고 결과적으로 서열화할 것 같아 걱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기자는 ‘나는 가수다’를 통해 가창력을 지닌 가수들이 진심으로 부른 노래를 시청자들이 들을 수 있어 좋지 않았냐고 거듭 묻자 “가수들이 말려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가수 조영남

화제를 다시 세시봉으로 돌렸다. 60~70년대 대중음악사에서 통기타로 포크 음악을 들려주던 세시봉 친구들의 문화적 역할을 듣고 싶었다.

“당시는 독재체제였는데, 남진 나훈아 이미자가 대세이자 보수파였다. 세시봉은 청바지 문화의 신진 문화혁명과도 같은 일대사건이었다. 이는 비틀스와 비슷하다. 알고 보니 우리에게도 비틀스가 있었다. 노래를 만들어 나눠 부르는 건 요즘도 거의 없다.”

조영남은 기복이 많은 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이혼과 설화는 그의 인생을 읽는 키워드다. 일본 언론이 그의 인터뷰 맥락을 자른 채 보도하는 바람에 한동안 매국노로 살아야 했다. 가정을 소중하게 가꾸지 못한 걸 후회한다는 말을 방송에서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패륜아로 살다가, 한때는 매국노였다. 하지만 ‘놀러와’와 ‘무릎팍도사’에 나갔더니 완전히 호감도가 살아났다. 이 세상 풍랑을 다 맛본 거지.” 

가수 조영남

앞으로 말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걸로 감옥살이를 했어야 감동적이었을 텐데, 1년 반 동안 유배생활만 해 참신함이 덜했지. (이)장희가 30년 만에 노래를 하니까 감동적이었는데, 나는 매년 콘서트를 열어와 감동이 약하지”라고 답했다. 과연 ‘럭비공’ 조영남이었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은 없냐고 물어봤다. 조영남은 “없다. 살면서 다 해봤다. 백남준은 죽기 전 사랑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나는 사랑도 원없이 해봤다. 나는 이제 잘 죽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조영남은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주자 “(지드래곤이) 나를 실제로 만나보고 실상을 알게 되면 실망할 텐데”라고 말했다. 지드래곤은 최근 “조영남 선배를 좋아한다. 롤모델이다. 콘서트에도 갈 것이다. 그 나이가 돼서도 자유롭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조영남의 집에 들어가면 서가에 빼곡한 책과 공간마다 가득한 미술품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화투를 모티브로 한 그림들, 바둑알과 소쿠리 등의 오브제 작품들이 방과 창고에 쌓여 있다. 언제 그림을 그리냐는 질문에 “6시간 자고 새벽에 주로 그린다”면서 “시간은 많다”고 말한다. 

가수 조영남

조영남은 자신이 진행하는 KBS ‘명작스캔들’에 대해 “문화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된 거다. 연예오락시대에서 정식으로 문화 프로그램이라는 간판을 걸었다. 나의 고민은 사람들이 문화를 즐길 만한 준비가 안 됐다는 거다”고 자부심을 전하기도 했다. TV는 얽매이게 되는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모든 분야를 다 본다고 했다.

조영남은 7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잘 팔린다. 곧 SK 기업광고도 찍는다고 했다. 이렇게 수명이 긴 이유에 대해 “재수를 타고난 거지. 노력과 실력이 재수를 따를 순 없지”라며 “앞으로 매년 은퇴공연을 열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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