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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번가, 흑자경영에도 홀로서기 약속 못지키는 까닭은?
흑자 전환 시 모기업 SK텔레콤에서 독립할 것이라 밝혔던 11번가의 분사가 미뤄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픈마켓업체인 11번가는 지난해 전년 대비 87% 늘어난 3조원의 거래액을 달성하면서 SK텔레콤은 그동안 총 투자금 2000여억원을 전액 회수하는 등 3년 만에 흑자 경영에 성공했다.

이는 손익분기점까지 6~7년이 걸렸던 G마켓, 옥션 등 선발 업체보다 배 이상 빠른 속도다. 지난 2008년 2월, SK텔레콤 내 커머스플래닛사업본부로 출범한 11번가는 G마켓이 주도하는 오픈마켓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3년 동안 총 2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측은 지난해 11번가와 관련해 “2010년 11번가의 흑자 전환을 전제로 2011년 분사와 함께 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분사 가능성을 밝힌 바 있다. 11번가 측도 “이르면 2010년에도 분사될 수 있을 것”이라며 조기 독립 경영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정작 해가 바뀌었지만 분사와 관련된 얘기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박상후 SKT커머스플래닛 11번가 그룹장은 “분사계획은 싹 지운 상태”라면서 “현재 상태로서 분사는 언제 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상장은 분사보다 더 먼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막 흑자를 보기 시작한 것이지, 흑자 기조가 안정화된 건 아니다”면서 “분사는커녕 SK텔레콤과 더욱 관계를 밀착해야 할 판”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11번가의 분사계획이 오리무중으로 돌변한 이유는 11번가가 ‘모바일쇼핑’을 성장동력으로 키우면서 SK텔레콤과의 협력이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모바일커머스’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11번가의 콘텐츠에 SK텔레콤의 T멤버십, SK마케팅앤컴퍼니의 캐쉬백 서비스, 하나카드 결제 인프라 연계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올해 거래액은 작년보다 15%가량 늘어난 3조6000억원이 목표”라면서 “이 같은 목표는 모바일 사업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11번가와의 시너지 강화를 위해 ‘커머스사업본부’를 부활시켰다. 11번가와 SK텔레콤 커머스사업본부 간 직원 파견근무도 늘었다.

11번가는 지난해 QR코드를 활용한 신개념 체험 매장인 ‘Q-STORE with 11번가(이하 Q스토어)’를 오픈하며 모바일커머스 사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올해 2~3개 매장 추가 오픈을 계획하는 등 발 빠른 사업 확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작년보다 치열해진 오픈마켓 시장 상황도 분사가 연기된 요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올해는 NHN의 오픈마켓 진출뿐 아니라 롯데, 신세계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온라인 시장 공략도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11번가 입장에선 올해 굳이 ‘든든한 후견자’인 SK텔레콤 곁을 떠나 오프라인 유통재벌과 힘겹게 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11번가가 업계 2위 옥션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했지만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면서 “시장 상황이 더 치열해졌을 뿐 아니라 모바일커머스 시장 자체도 아직 초기 단계라 11번가의 분사는 당분간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혜진 기자@hhj6386>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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