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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는 포화…금융 노마드‘황금 草地’찾아 고삐 당긴다
<한국금융, 글로벌시대 연다> - 시리즈를 시작하며

국내銀 ROA 0.3% 수준

은행도 보험사도 아시아로

법인신청·M&A 영토 확장

리스크 우려 일부국가 편중

초국적화지수 작년 2.9%

HSBC 64.7% 비해 초라

각 은행들 투자여력 충분

글로벌플레이어 문 열려있어



‘금융 노마드(Nomad)’ 시대다. 글로벌 경쟁 사회의 기업들에 새 영역을 개척하는 노마드는 숙명이다. 2011년 국내 금융회사들도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새로운 금융 영토를 찾는 데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국내 시장에 만족하는 정착민적 사고로는 다음 시대의 도약을 준비할 수 없다. 해외 진출은 신성장동력을 찾는 필수 과제다. 숙명인 셈이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총 9회에 걸쳐 글로벌 금융 시대를 여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 실태를 살펴보고, 향후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 ‘금융 노마드’ 왜, 어디로 가나=금융회사들이 해외로 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에선 더는 예전과 같은 먹을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이 포화 단계다. 때문에 경쟁은 심해지고 수익성은 떨어진다. 수치로도 나타난다. 국내 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은 2005년 말 1.11%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져 2009년 말 0.38% 수준이 됐다.

물론 그간 금융자산을 꾸준히 축적해온 데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금융회사들이 해외에 투자할 여력이 생긴 것도 그 때문이다.

외환은행이 22개국 49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해 선두지만 최근 다른 은행도 이머징마켓인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활발히 영토 확장 중이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도성장으로 자금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도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는 곳이 해외 진출에 최적인데, 지금 아시아 국가들이 바로 그런 곳”이라고 밝혔다.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 중 아시아의 비중은 50%를 넘는다. 현지화 노력의 일환으로 현지 법인 형태가 증가하는 것도 특징이다.

신한은행은 2007년 캄보디아 신한크메르은행 설립에 이어 2008년 신한은행중국유한공사 및 신한카자흐스탄은행, 일본 SBJ은행, 신한베트남은행 등 해외 주요 시장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국민은행은 캄보디아와 같은 신흥국과 선진국, 글로벌 기업금융을 동시에 노리는 전방위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은행권은 기존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진출지역도 모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하반기에 인도 첸나이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고, 브라질 상파울루사무소도 법인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 PT뱅크하나는 현재 20개 영업점을 가지고 있으며, 올해는 지점망 및 자동화기기 시스템도 확충할 계획이다.

보험사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생명은 ‘중항삼성인수보험’의 본사가 있는 베이징에 영업지사를 별도로 세우기로 했다. 대한생명도 베트남에 이어 중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화재는 올해 런던과 싱가포르에 각각 법인을 세워 유럽 및 아시아 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삼기로 했다. 두 법인이 설립되면 삼성화재는 중국, 미국, 유럽, 중남미 등에 해외 법인 5개, 영업지점 8개, 사무소 7개로 이뤄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게 된다. LIG손해보험은 2009년 11월 중국 장쑤 성 난징 시에 현지 법인인 LIG재산보험을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중국 내 보험 영업에 뛰어들었다.

▶현지화에서 길을 찾다=과거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는 현지 한국 기업이나 교민을 대상으로 영업했다. 수출입은행은 런던, 홍콩 등 선진국권에 2곳, 호찌민, 자카르타 등 개발도상국권에 2개 등 총 4개 현지 법인을 운영하면서 우리 기업의 현지 생산 거점 확보 지원을 위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속적 성장에 한계가 분명했다. 현지화가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기업은행도 국내 중소기업이 많이 진출한 아시아 유망 지역을 해외 진출 거점으로 삼지만, 현지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현지화를 위해 국내 금융사들은 동질화와 차별화 전략을 동시에 쓰고 있다. 최창식 PT하나뱅크 법인장은 인도네시아인들과 같이 수염을 기른다. 현지인에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해서다. 그러나 신한은행의 일본 SBJ은행은 제로 금리인 일본은행과 달리 고금리 전략을 쓰는 등 차별화를 경쟁력으로 삼기도 한다.

빠른 현지화를 위해서는 현지 법인을 신규 설립하는 방법도 있지만, 기존의 현지 금융회사를 인수ㆍ합병(M&A)하거나 합작하는 방식도 늘어나고 있다.


산업은행은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우즈베키스탄 법인인 ‘RBS 우즈’를 지난해 12월 인수했다. 하나은행은 지린은행 지분 참여로 동북 3성을, 자오상은행과 제휴를 통해 중국 남부 지역을 연결하는 등 차이나벨트 구축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태국 현지 합작 법인의 보유 지분을 종전의 25%에서 37.5%로 확대, 태국 사하그룹과 함께 공동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본격적인 영업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대한생명은 중국에서 올해 안에 저장성국제무역그룹과 합작 보험사를 설립한 후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영업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플레이어, 가능성은 있다=국내 금융사들이 해외 네트워크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은행과는 비교 대상 자체가 안 된다. 국내 은행의 초국적화지수(Transnationality IndexㆍTNI)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2.9%에 불과한 데 반해 HSBC는 64.7%, 크레디트아그리콜은 37.4%에 달한다. 그러나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는 초기 단계인 지금이야말로 중요한 시기다. 스페인 산탄데르(Santander)는 1985년 세계 152위의 중형 은행에 불과했지만, 남미 시장으로의 적극적 진출에 이은 영국과 미국 시장 진출로 20년이 지난 2005년 세계 10위의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했다. 소매금융에 집중하는 산탄데르는 자국 대형 은행, 신흥국 소형 은행, 신흥국 대형 은행, 선진국 소형 은행, 선진국 대형 은행 등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인수ㆍ합병을 거치며 입지를 다졌다.

국내 금융회사도 산탄데르처럼 성장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현지 소매금융에 적합한 현지 법인 신설과 현지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0년 6월 말 해외 점포의 현지화 평가 등급은 미흡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며, 항목별 평가점수는 대부분 전년 말 대비 다소 악화됐다.

현지 고객비율은 전년 말 64.3%에서 63.2%, 현지 자금운용비율은 34.3%에서 33.0%, 현지 차입금비율은 46.1%에서 41.8%로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은행들이 수익 기반 다변화 및 리스크 분산을 위한 현지화 추진 노력보다는 부실 우려 점포에 대한 영업 정상화 및 자산 건전성 개선 등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들의 실적이 속속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등 정상화에 접어들면서 올해 현지 법인의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또, 아시아권 일부 국가 편중을 넘어 미개척 시장으로 나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일례로 코리안리는 올해 호주, 뉴질랜드, 서유럽, 아프리카 등에 적극 진출하기로 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지 은행들과의 차별화 여부, 비교 우위 부문의 현지 적용 가능성 여부 등을 차근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연주 기자/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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