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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사교육, 이게 최선입니까?
방과후학교 등 공교육 개선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 전파

부모는 사교육비 압박 털고

다양한 진로탐색 도움 줘야



2007년부터 전국 단위 조사가 시행된 후 지난해 처음으로 사교육비가 꺾였다.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사교육비도 줄었으며, 서울에서도 사교육에 드는 비용이 감소했다. 예상보다 높았던 2010년 경제성장률을 고려할 때 사교육비 감소의 원인을 경기 침체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소폭이나마 사교육비가 준 것이 방과후학교, 사교육없는학교 사업, 특목고 입학전형 변경 등 사교육 경감 정책을 펴온 정부로서는 반가울 것이다.

하지만 민간이 감당할 수 있는 사교육비 부담이 한계에 왔다고 볼 수도 있다. 지금 우리 교육 현실에서 더 늘리기 어려운 것이 세계 최고의 대학진학률과 가계경제를 누르는 사교육비 부담이다. 환경과 인식이 획기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한, 10명 중 7명 이상이 사교육을 받고 8명 이상이 대학에 가는 구도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사교육 문제에는 사회구조적 난제들이 집약돼 있어 해법이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학교가 제 할 바를 다하게 하고 그렇게 하도록 돕는 것이 첫걸음이다. 가르침에 최선을 다하는 교사, 바깥의 사교육보다 평균적으로 나은 방과후학교 등을 통해 공교육에서의 배움이 만족스러워야 한다.

이와 함께 학생의 진로에 대한 탐색과 지원이 보다 잘 이뤄져야 한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자녀의 미래에 대해 1만개 이상의 직업 중 20개 이내에서 비슷한 꿈을 꾸고 이를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 그러나 바랐던 목표에 도달하는 경우는 매우 소수에 불과하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삶이 행복하다면, 진정한 행복을 향한 자아 탐구와 진로 탐색을 위해 부모가 생각을 바꾸고 학교가 일찍부터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자기주도적 학습습관을 기른 학생들이 수능은 물론, 대학 성적과 졸업 후 임금 등에서 높은 성과를 거둔다는 것이 실증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사교육의 효과가 평균적으로는 절대 크지 않음에도 사교육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아이만큼은 사교육의 덕을 볼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도 있지만, 많은 것을 희생해 사교육비를 대지 않으면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후회가 남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또한 사교육이 비이성적이고 위험한 투자라는 비판이 있지만, 다른 길을 찾는 것을 더 무모하고 위험하다고 느끼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남들이 가고 있는 길이 옳은 길은 아니다. 결국 길이 좁아져 일부만이 목적지에 도달할 대로에 많은 차가 쏟아져 나올 때 과감히 다른 길을 선택해 새로운 선두가 되는 것을 언제까지나 망설일 필요가 없다. 사람을 실력으로 평가하는 추세가 확산되면서 학벌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직업세계가 급속히 변화해 학령기 공부 이상으로 평생학습이 중요해지며, 큰 성공을 위해서는 창의적 개척자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극소수의 결단이 다수의 동참으로 이어지려면 사교육에서 무조건 대학 진학으로 이어지는 획일적 선택에 대한 대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사회 전체가 고민하고, 기득권의 벽을 대승적으로 넘어야 한다. 교육 외적인 요소 중에서는 기업 규모별 근로조건의 심대한 격차를 지속시키는 도급관계의 불공정과 노동 시장의 분단을 해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앞서 논의한 대로, 지금의 사교육은 심지어 현 상태의 제도와 환경에서도 최선은 아니다. 세상을 탓하며 자녀에게 최선이 아닌 의사 결정을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또한 꺼질 줄 모르는 사교육 난로의 땔감인 부모의 불안감도 이제는 자녀의 잠재력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믿고 용기 있게 떨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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