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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비아 혼란 속에 오도가도 못하는 빈국 노동자들
반정부 민주화 시위로 급기야 유혈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리비아에 발이 묶인 자국민을 구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발벗고 나섰지만 남아시아 국가에서 온 노동자들은 오갈 데 없는 열악한 처지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건설 현장 등에는 방글라데시인 5만명, 파키스탄인 1만8000여명 등 10여만명이 외국 건설회사에 고용돼 일을 하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처럼 전세기, 여객선 등을 보내 자국민을 속속 귀국시키는 것은 이들에겐 딴 세상 이야기이다.

방글레데시 디푸 모니 외교장관은 22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더 절박해지면 자국 노동자들을 철수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파키스탄, 네팔 정부도 리비아 주재 대사관을 중심으로 비상근무 태세를 유지하면서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인원이 너무 많아 아직 이렇다 할 철수 계획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

주리비아 네팔 대사관 관리는 “사태가 악화되면 일단 데르나에 있는 600명의 네팔인을 즉각 철수시킨다는 입장이지만 여건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리비아 현지에 있는 아시아 지역 국가의 대사관들은 자국 노동자들에게 최대한 외출을 삼가면서 안전한 곳에 숨어 있을 것을 권하고 있는 수준이다.

데르나 지역의 한국 건설업체에서 일한다는 한 방글라데시 노동자는 BBC에 “반정부 시위대로 추정되는 무장한 사람들로 인해 사실상 집에 갇혀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장에 네팔인, 태국인, 베트남인, 필리핀인 등을 포함해 2000명 가량이 있는데 지난 3일간 건물 안에서만 있었다”면서 “식수도 없고 끔찍한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와 달리 유럽 국가들 가운데 오스트리아, 포르투갈에 이어 이탈리아, 그리스,네덜란드 정부는 22일 리비아로 전세기를 보내 자국민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전세기를 보내지 않고 현재 운항 중인 민간 항공기를 이용해 자국민들의 철수를 돕고 있다.

리비아에 대규모 직원을 파견 중인 네덜란드계 다국적 정유사인 로열 더치 쉘과리비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다국적 에너지 회사인 이탈리아의 ENI사, 프랑스 정유사인 토탈, 건설회사 빈치 등은 자체적으로 직원들의 철수를 시작했다.

리비아와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터키의 경우 리비아 전체인 200개 건설현장에 모두 2만5000여 명의 자국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으며, 벵가지, 데르나, 토브룩의 건설 현장에만 4000여 명이 고용돼 있다.

터키는 시위대와 보안군의 충돌 과정에서 자국 건설회사 14개 사무소가 약탈당하자 2척의 페리를 벵가지 항구로 보내 자국민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1400명에 달하는 우리 교민들에게 22일 철수를 권고하면서 현지 도로망 마비와 공항운영의 차질로 인해 교통수단의 확보가 어려울 경우 현지인의 가정에 임시 거주하거나 대사관에 비상 대피하도록 조치했다.

정부는 또 트리폴리 지역 교민들은 전세기를 이용, 카이로로 출국시키는 방안을추진 중이며, 리비아-이집트 국경으로 탈출할 교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집트 주재 영사를 22일 국경지대에 긴급 파견했다.

22일 오후 현재 리비아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로 부상한 제2의 도시 벵가지 등 동부지역과 이집트와의 접경지대에는 1만여 명이 몰려와 출국 수속을 밟느라 대기 중이다. 이집트 정부는 접경 지역에 24시간 임시수용 캠프를 설치하고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들을 수용하고 있다.

한편, 리비아 동부 지역에 있던 한국의 작은 업체 K기업의 직원 9명은 지난 21일 소요 사태가 악화하자 육로로 수도 트리폴리 쪽으로 이동을 시도했다가 상황이 어렵자 방향을 되돌려 22일 육로를 통해 22일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8시) 이집트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승용차로 최소 12시간 이상 걸리는 카이로로 이동한 뒤 항공편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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