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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軍·국정원 알력-성과주의 불씨
13시간뒤 첫신고…꼬리무는 의혹들
연평도 도발 이후 내부갈등

원세훈 원장 과욕도 도마위


국정원 직원들의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잠입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사건의 파장이 외교 마찰을 넘어 정보기관 내부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22일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의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정원이 국방부 소관의 방산 수출 프로젝트에 개입하려 한 점, 국가 최고 정보기관을 자처하는 국정원이 남의 땅도 아닌 우리나라 한복판에서 아마추어보다 못한 실수를 저지른 점, 국방부 소속 문모 대령이 사건 발생 13시간여 만에 경찰에 수사요청을 하면서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점 등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들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건 자체도 문제지만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경위도 석연찮다”면서 “지난 해 연평도 도발 가능성에 대한 사전보고 여부가 논란이 된 이후 군과 국정원 간에 불신과 반목이 깊어진 데다 국정원 내부에 반(反) 원세훈 세력이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요원이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잠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정원 산업보안단 요원을 그곳에 투입하도록 명령한 고위인사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도한 충성경쟁과 어설픈 정보기관의 기강이 겹친 사건이라는 진단 속에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원세훈 국정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원 원장 자리 앞에 놓인 타이머가 이채롭다. 양동출 기자/dcyang@

뼛속 깊이 ‘MB맨’인 원세훈 원장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다. 국정원은 이번 사건 외에도 이미 여러 차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5월 유엔 관리를 미행하다 항의를 받았고, 6월에는 리비아의 군사정보를 수집하다가 해당 직원들이 추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관련해서는 부실한 정보 대응으로 비판받았다.

여권 관계자는 “원 원장 체제 하에서는 능력보다 충성심이 더 큰 인사 잣대라는 말들이 나왔다”면서 “이 때문에 최근 국정원스럽지 못한 행동과 동선 유출이 연이어 발생했고 이번 사건도 그 연장선상에서 해석이 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성과주의를 표방하는 대통령과 대통령에 충성을 다하려는 원 원장의 과욕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방산 수출과 관련, 국방부와 기무사 등과 충분히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국정원이 정보 획득을 위해 독자적으로 실익 없는 잠입 작전을 벌인 게 아니냐”면서 “도대체 이해하기 어려운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진상규명을 요구한 인도네시아 측에 사건이 규명되는 대로 인도네시아 측에 내용을 전달, 사건 파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3명에 대한 처리결과를 인도네시아에 즉시 통보하고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사건을 수습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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