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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기 “공연은 아날로그, 아날로그 본령을 지켜갈 것”
“학전 개관 20주년 맞은 소감은?”

“지겹죠, 뭐”

“20년 간 이끌어온 동력은?”

“미련하니까”

“극장 경영 상태는?”

“말도 아니죠”

“TV출연을 하지 않는 이유는?”

“촌티를 못 벗어서”

그럼에도 그는 20년 째 학전 이끌어왔고 또 이끌어갈 것이다. 지겹고 미련해서 마흔에 시작해 예순이 될 때까지 하고 있다. 나서서 지원을 요청하지 못해 경영도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여전히 대학로를 지키는 이유. 100만명의 관객이 찾은 한전블루, 학전그린 소극장 공연 목록에 답이 숨어있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김민기 학전 대표가 21일 대학로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다음달 15일 학전 스무살 생일을 앞두고서다. 김민기 대표는 “대학로라는 지역이 특이하다”며 “공연 수익으로 운영되는 곳이 손에 꼽을 정도인데 150개 극장이 공연을 계속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세시봉 콘서트 속 아날로그적인 본령” 때문 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지하철1호선’과 ‘의형제’ 같은 공연뿐 아니라 ‘고추장 떡볶이’ ‘도도’ ‘우리는 친구다’ 등 다양한 어린이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까닭이기도 하다. 학전의 어린이 공연은 주로 유아들이 아닌 취학아동이나 청소년 대상이다.





어린이 공연 얘기가 나오자 차분하던 그의 목소리는 한톤 높아졌다. 그는 “학교를 다니면서부터는 아이들에게 학원과 게임, TV가 전부다. 아이들은 어떻게 보면 사회적 약자인데, 사회는 경쟁만 강요한다. 모든 사람이 1등 할 수 없고 누구나 대기업 들어갈 수는 없다. 그런 강요된 경쟁의 끝은 비참한 결말 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공연은 그 자체로 아날로그다. 배우를 무대에서 직접 만나고 옆엔 다른 관객들이 함께 한다. 이 땅의 학생들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 그런 감성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래서 학전 개관 전부터 아이들 대상 공연을 생각해왔다. “돈이 안 될 것을 알면서도 그런 맥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의 의지다.

그런 의지는 다음달 10일부터 시작되는 학전 20주년 기념 공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음달 10일부터 20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학전 레퍼토리 무대- ‘지하철 1호선’에서 ‘고추장 떡볶이’까지’를 공연한다. 22일부터 30일까지는 1990년대 학전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무대에 올린다. 이 두 공연의 수익금은 학전 어린이무대 후원 기금으로 적립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학전은 서울역사박물관의 제안으로 20주년을 기념해 20세기 서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지하철 1호선’ 주요 무대장치, 소품, 의상, 공연 포스터, 사진 등을 서울시에 기증한다. 20주년 기념 공연이 끝나는 대로 기증할 예정으로, 이 자료들은 정리되어 9월부터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특별 전시된다.

이번 20주년 기념 공연엔 이장희, 조영남뿐 아니라 학전을 거쳐간 설경구, 황정민, 조승우 같은 배우들도 영화 촬영 일정을 쪼개 출연 요청을 해올 정도로 열정적이다.

90년대 학전 간판 프로그램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김민기 대표는 소극장 콘서트에 대한 여전한 애정을 보였다. 그는 “한국 대중음악은 90년대 들어서면서 댄스 음악으로 평정됐다. 갈 곳이 없어진 가수들을 위해 소극장 콘서트 무대를 마련하게 됐고 그 대표적인 가수가 김광석이다. 콘서트 무대가 예전만큼 많진 않지만 학전의 20년은 뮤지컬 작업과 라이브 콘서트라는 두 개의 축으로 이어져왔다.”고 설명했다.

오늘 댄스에 아이돌로 더 좁아진 대중가요의 영역에 대한 아쉬움은 새롭게 꾸밀 소극장 콘서트로 달랠 계획이다. “매년 1월 6일 김광석 기일마다 추모 콘서트가 열린다”며 “동물원, 박학기, 그들과 맥을 같이 하는 젊은 가수들이 동참하는데 루시드폴이나 이적 같은 이들이 그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대 앞에서 잘 소화가 안 되는 아날로그 음악을 하는 이들이 학전 무대에 서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심보가 못되서인지 남이 안 하는 것만 골라서 한다”는 그. “한 작품당 4000만원에서 5000만원 정도 적자가 나지만 ‘지하철 1호선’으로 버틴다”는 그. 그럼에도 20년 학전을 이끌어 온 그는 “문 닫을 때까지 할 것”고 서슴없이 말한다. 하지만 대학로에 여전한 애정과 열정을 지니고 있는 그가 있는 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그가 걸어온 20년이 그가 걸어갈 20년을 보여준다.

<윤정현 기자 @donttouchme01>
h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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