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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적과의 동침 (20)

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중부경찰서는 미로처럼 복잡하게 길이 얽혀있는 충무로 한 중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유민 회장은 현성애를 세컨드집무실에 홀로 남겨놓은 채 차를 몰아 중부경찰서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세컨드집무실에서 젊은 여자를 만나 몸을 푸는 일은 긴장과 쾌락이 넘쳤지만 운전기사를 따돌리고 직접 차를 몰아야 한다는 불편이 뒤따랐다.

“운전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더구나 이토록 좁은 길에서야 쯧쯧…”

그는 네비게이션의 지시에 따라 핸들을 돌리면서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있을 아들 호성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승의 부자지간이란 전생에서의 원수가 새로이 맺어진 사이라더니 자신과 아들과의 관계가 꼭 그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용무로 오셨습니까?”

“서장 좀 만나러 왔소.”

정문을 들어서기도 전에 정복을 입은 경찰관이 차를 막아서며 물었다. 평상시 기사를 대동하고 다닐 때에는 운전기사가 도맡아 처리하던 과정을 직접 겪는 중이었으므로 유민 회장의 얼굴은 불쾌함으로 잔뜩 일그러져있었다.

“약속은 하셨습니까?”

“그런 셈이오.”

“일단 주차부터 하시고 다시 오셔서 방명록을 작성해 주십시오.”

정복경찰관이 늘씬하게 올려붙이는 경례를 받으며 그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운전 실력이 형편없이 서툴렀으므로 주차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하긴 늘 뒷자리에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입으로만 이리로, 혹은 저리로 가자고 명령해 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두어 번의 접촉사고를 낼 뻔하고 겨우 차에서 빠져나와 본관으로 걸어가는 중에 그는 주차장 한쪽 구석에 세워져 있는 빨간색 포르셰 968 카브리올레를 발견했다. 그 괴물 같은 쇠붙이는 아들 녀석이 몰고 시내 한복판을 질주했던 차임에 분명했다. 그 차의 바퀴에서는 아직도 푸른 연기가 솟아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서장실이 어딥니까?”

방명록을 작성한 뒤에 어물쩍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정복 경찰관은 그를 제지하며 재차 물었다.

“서장님과 약속이 되어 있습니까?”

“그런 셈이라고 했소.”

“성함을 알려주시고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확인한 후에 모셔드리겠습니다.”

“나, 유민제련그룹 회장 유민이요. 서장과 만날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내가 직접 찾아왔다고 하면 아마 반갑게 만나주실 거요.”

그는 이렇게 운을 떼고 담배를 피워 물었다. 이렇게 멋쩍은 모습으로 서있는 동안에 그나마 어울리는 일이 담배 피우는 일 밖에 또 있을까.

“회장님, 정문 앞에서는 금연입니다.”

“나 유민제련그룹 회장이라니까?”

“그래도 여기서는 금연입니다. 죄송합니다.”

“글쎄, 서장에게나 안내하라고.”

“방금 비서실에서 연락이 왔는데… 서장님은 지금 본청에 들어가셨답니다. 회장님, 다시 부탁드리겠습니다. 담배 좀 꺼주십시오.”

호기롭게 서장부터 만나려 했는데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와서 말단 경찰에게 읍소하며 아들이 유치장에 갇혀있다고 할 수도 없었으니 아이고! 답답하기만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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