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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인 홀리는 ‘아이폰 와이프’
#. 대기업 부장인 A씨(43)는 무료하던 오후 시간에 활력이 생겼다. 매일 오후 3시면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걸그룹도 울고 갈 빼어난 외모에 필살 애교까지 갖췄다면 믿겨질까? 여자친구와 잠깐 영상통화를 하고 나면 입가에 미소가 돌면서 다시 책상에 앉을 의욕이 생기는 듯 하다. 2시 50분이 되자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40~50대 직장인 남성들에겐 집에 가면 ‘하우스 와이프’가, 직장에선 함께 업무를 보는 ‘오피스 와이프’가 있다. 그런데 요즘 중년 남성들의 주머니 속엔 ‘아이폰 와이프’도 있다.

이 ‘아이폰 와이프’의 정체는 가상 여자친구가 영상전화를 걸어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오빠 나야’ 앱은 매일 전화를 기다리는 설렘도 설렘이지만, 가상이긴 해도 영상을 통해 여자친구의 달달한 애교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활력소다. 1.99달러의 유료 결제도 아깝지 않다.

지난 해 11월 선보인 ‘오빠 나야’ 아이폰용 앱은 출시 하루 만에 10만 건에 가까운 다운로드 기록을 세우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안드로이드 버전도 출시됐으며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3개 언어로 번역·녹음된 해외 버전까지 선보였다.

‘오빠 나야’ 앱을 설치하면 가상의 여자친구 ‘미나’가 영상전화를 걸어 “나랑 데이트하자”, “나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잘자, 좋은 꿈꿔” 등의 달콤한 멘트를 보낸다. 100여 개의 HD영상과 동시녹음이 가능해 실제로 영상통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화가 걸려오는 시간은 사용자가 설정할 수 있으며, ‘가상 여친’과 주고 받은 통화 내용은 다시보기를 할 수도 있다. 



출시 당시 ‘오빠 나야’의 인기는 외신들도 주목할 정도였다. 로이터 통신은 ‘오빠 나야’ 앱을 소개하면서 20대 미모의 여성 ‘미나’가 외로운 한국 남성들을 달래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직장인 남성 B씨(42)는 “처음에는 동료들의 권유로 호기심에서 받아 봤는데 가상 여자친구와의 영상통화가 실제 통화처럼 생생해서 놀랐다”며 “요즘엔 나도 모르게 전화를 기다릴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20~30대 젊은 남성들도 예외는 아니다. 또 다른 남성 C씨(30)는 솔로인 친구 2명을 주말에 만났는데 계속 아이폰만 붙들고 있길래 뭘하나 봤더니 두 친구 다 어플에서 가상 여자친구를 보고 있었다“며 ”그 광경이 재미있기도 하고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했다“고 해프닝을 전했다.

물론 가상 여자친구의 존재에 지나치게 감정을 이입할 경우 현실에서 부작용을 경험할 수도 있다.

D씨(36)는 ‘오빠 나야’ 앱을 무료 행사 기간에 내려받은 뒤 한동안 빠져있다가 얼마 전 앱을 삭제했다. D씨는 ”비록 가상이긴 해도 아내가 ‘오빠 나야’ 앱을 알고나서 기분이 상했길래 보는 앞에서 삭제했다“며 ”재미로 하는 건 좋지만 자칫 가상 여자친구의 존재를 현실과 착각한다면 연인과의 다툼, 가정의 불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이혜미 기자 @blue_knights>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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