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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가 딸들’이 뛴다…각양각색 그녀들의 스타일
 재벌가 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과거 가부장적인 대기업 오너 일가들도 서서히 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일부 대기업들은 여성의 경영을 사실상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해 눈에 띄게 활약하는 경우도 있다. 늘 세간의 관심과 이목을 끄는 재벌가와 그 딸들. 그들의 활약상과 특징, 한계를 짚어본다.

▶패션ㆍ유통ㆍ호텔ㆍ마케팅이 ‘주력’

경영에 적극 참여 중인 재계 딸들은 대개 패션과 마케팅, 서비스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재벌가의 아들들이 경영의 전면에 나서는 것에 비해 아직은 여성들 만의 특정 분야가 정해져있는 셈이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교육을 받아왔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는 예원학교-서울예고-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현재는 대한항공에서 기내 서비스와 호텔사업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조양호 회장의 막내 딸이자 조현아 전무의 동생인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보는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이후 광고기획과 마케팅 분야에서 쌓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광고 및 마케팅 부문 총괄인 정유경 부사장은 예원학교-서울예고-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을 나왔으며, 제일모직에서 패션 부문을 맡은 이서현 부사장은 서울예고-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했다.

또 현정담 동양매직 상무는 미국 스탠퍼드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동양매직 마케팅본부에서 브랜드관리와 디자인경영 부문을 맡고 있다.

▶모전여전(母傳女傳)?

재벌가의 딸들 중에 유독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는 이들은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안 분위기가 딸들의 경영 참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때문이다.

실제로 신세계, 동양그룹, 현대그룹 등 어머니나 외가의 영향력이 있는 그룹은 딸들도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정지이 현대U&I 전무는 각각 대표적인 재계의 파워우먼으로 꼽히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딸이다.

현정담 동양매직 상무, 현경담 동양온라인 부장의 어머니인 이혜경 동양레저 부회장도 결혼 후 내조에 만족하지 않고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 남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함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이모이자 이혜경 부회장의 여동생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사장도 재계의 파워우먼 중 한 명이다.

해외유학을 다녀온 사람도 많다.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보,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해외에서 학위를 받았고 STX 강덕수 회장의 장녀 강정연 씨는 현재 미국에서 유학중이다.

▶적극적인 그녀들…경영 스타일은?

①삼성家의 딸들

삼성가의 맏딸 이부진 호텔신라 겸 삼성에버랜드 사장은 철저히 현장경영을 중요시하는 스타일이다.

2010년에 이 사장은 면세점 사업과 에버랜드, 유통 등의 분야에서 맏딸다운 듬직한 모습과 그에 걸맞는 성과를 일궈냈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호텔신라)을 성공시킨데 이어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를 유치한 것이 대표적인 성과다.

루이뷔통 모에헤네시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방한했을 때는 직접 인천공항에서 그를 만나 공항 내 호텔신라면세점에 루이뷔통 매장을 유치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삼성에버랜드에서는 푸드컬쳐사업부(급식, 식음료 유통)와 리조트사업부(테마파크, 골프장) 등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고 지난해 상반기 1조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일조했다.

삼성가에서 동생의 유고로 사실상 막내딸이 된 이서현 제일모직ㆍ제일기획 부사장은 자신의 전공분야인 패션 쪽에서 색깔있는 경영행보를 보여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8년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복합편집매장 ‘10꼬르소꼬모’를 시작으로 미국 브랜드 ‘릭 오웬스’ ‘토리버치’ 등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잇따라 오픈한 이 부사장은 지난해 디자이너브랜드인 ‘구호’를 ‘헥사 바이 구호’라는 브랜드로 미국 뉴욕시장에 진출시키는 등 패션사업의 글로벌화를 주도하면서 언니 못지않은 경영수완을 발휘했다.

특히 1년에 2~3개월을 해외에서 보내면서 파리, 뉴욕, 밀라노 등 ‘패션 1번지’의 패션 트렌드 변화를 파악해 인기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오는 활동도 하고 있다.

②한진家의 딸들 

한진그룹의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는 아버지인 조양호 회장과의 ‘찰떡호흡’으로 ‘맏딸본색’을 드러내는 케이스다. 조 전무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대한항공 기내식 및 그룹 호텔사업부문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며 ‘후계대열’에 합류했다.

대한항공 기내식 기판사업본부장인 조 전무는 매년 열리는 ‘유방암 의식향상 캠페인’에 꼭 참석하며 아버지가 일궈놓은 한진그룹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LA상공회의소 및 캘리포니아 주지사실 주최로 한국에서 열린 ‘캘리포니아 무역 및 관광협력 증진을 위한 리셉션’ 행사에 참석해 아놀드 슈워제네거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만나 한진그룹과 캘리포니아주간 관계개선에도 기여했다.

당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LA 금융 중심부에 위치한 윌셔그랜드호텔을 최첨단 친환경 호텔(45층)과 오피스건물(65층)로 바꾸는 한진그룹의 ‘월셔 그랜드호텔 프로젝트’를 칭찬했는데, 그 프로젝트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조양호 회장과 조현아 전무다.

그런가 하면, 조현민 상무보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그룹 내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해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TV광고-뉴질랜드편’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조 팀장은 뉴질랜드에서 진행한 TV광고 촬영에 동행했다가 현장에서 즉석 캐스팅돼 광고에 출연했다. 당초 현지인 모델을 쓸 예정이었으나 “한국인이 좋겠다”는 촬영스태프의 의견을 그가 받아들여 직접 번지점프에 몸을 던진 것.

이 밖에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중국, 중원에서 답을 얻다’, ‘지금 나는 호주에 있다’, ‘유럽 귀를 기울이면’ 등 지난해 히트한 대한항공 TV CF의 대부분이 모두 조 상무보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③현대家의 딸

정지이 현대 U&I 전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보필하며 ‘모녀파워’를 일궈가고 있는 정지이 현대U&I 전무는 현 회장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어깨 너머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05년부터 현 회장의 방북길에 동행하며 참모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현 회장의 뒤를 이어 대북사업의 중책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그룹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1977년생인 정 전무는 지난 2004년 현대상선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2006년 상무, 2007년 전무를 거쳐 2009년 1월에는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사장실장 자리까지 오르면서 재벌가 딸들 중 가장 빨리 승진했다.

현재 정 전무는 현대 U&I를 비롯해 그룹 내 핵심계열사인 현대상선에서 기획, 지원 업무를 익히며 경영수업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④CJ家의 딸

CJ가의 장녀이자 외동딸인 이미경 CJ E&M 총괄부회장은 전형적인 ‘맏딸 리더십’을 보여주는 CEO인 동시에 영토를 확장하는 ‘공격형 리더’로 꼽힌다. CJ엔터테인먼트, CJ CGV, 엠넷미디어, CJ미디어, CJ헬로비전 등 이 부회장이 이끄는 E&M사업부문 대부분은 현재 해당분야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6개를 오미디어홀딩스에 흡수 합병시키고, 단일 기업인 CJ E&M을 출범시키면서 이 부회장의 역할 변화에 주변의 관심이 뜨겁다. 이 부회장은 그 동안 식품그룹으로 출발한 CJ그룹의 사업영역을 영화뿐만 아니라 방송, 음반,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사업으로 확장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CJ그룹 미디어 계열사들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계열사 대표들과 머리를 맞대고 사업 극대화 전략을 직접 진두 지휘하는 등 계열사 챙기기에 각별한 애정을 쏟아 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⑤대성家의 딸

대성가(家)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부모의 도움없이 철저히 ‘홀로서기’에 성공한 경우다. 고(故) 김수근 대성그룹 창업주의 막내딸인 그는 1990년대 초 ‘패션사관학교’로 불리는 미국 블루밍데일백화점에서의 경력을 앞세워 구찌를 국내에 들여와 가장 인기있는 명품 브랜드 중 하나로 키워냈다.

2005년에는 독일 명품 브랜드인 MCM 본사를 인수해 국내외 명품업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재벌가의 막내딸로 태어나 귀여움을 독차지하면서 고생을 모르고 자랐을 법하지만 김 회장은 패션유통회사인 성주인터내셔날을 밑바닥부터 홀로 키워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번 돈의 30%를 북한 결핵환자를 돕는 일에 선뜻 기부하고, “여성도 군대를 가야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제기하기도 하면서 ‘여성 리더십’을 강조하는 색깔있는 CEO로 꼽힌다.

▶재벌家 딸들의 ‘유리 천장’은?

소위 ‘잘 나가는’ 재계의 딸들이지만 이들에게도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은 분명히 있다. 오빠나 남동생처럼 잠재적 기업 총수로서의 교육 과정은 밟고 있지 않다는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는 실정이다.

딸들이 거친 교육 코스는 대개의 재벌가 아들들이 해외MBA를 다녀온 뒤 아버지 회사에서 기획, 전략, 재무 부문을 거치는 것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딸들은 여성적인 섬세함을 잘 살려낼 수 있는 분야에서만 한정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 활동 범위도 적극적이지는 않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딸들이다. 이들은 현대가의 맏며느리 역할을 하며 정 회장을 묵묵히 뒷바라지해 왔던 어머니 고 이정화 여사의 ‘그림자 내조’ 역할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정성이 이노션 고문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 정윤이 해비치호텔&리조트 전무는 각각 해당 회사에 직함을 갖고 있긴 하지만, 활동은 많지 않다. 이들은 40세 전후로 다소 늦은 나이에 해당사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지만 정성이 고문은 매일 출근하지는 않고 있고 주요 경영 현황을 보고받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경영 참여?…NO!

하지만 경영과는 전혀 무관하게 지내는 재벌가 딸들도 있다.

LG와 GS, LS가(家) 딸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엄격한 유교적 가풍때문에 경영수업을 받는 딸이 단 1명도 없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4남 2녀를 두고 있으며, 손녀는 무려 12명이나 된다. 하지만 두 딸은 물론이고 12명의 손녀 중 LG그룹에 입사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딸과 손녀들은 전부 전업주부이거나 학생들로 알려졌다.

구본무 회장의 장녀 연경 씨는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나와 결혼했으며 차녀 연수 양은 고등학교에 재학중이다.

LG그룹에서 갈라져 나간 GS, LS그룹에서도 딸들의 경영참여는 전무하다.

구인회 LG 창업주의 세 동생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과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이 독립해서 만든 LS그룹의 3세들 중에는 딸이 12명이나 되지만 그룹에 입사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12명 중 5명은 전업주부, 7명은 학생 혹은 취학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GS 허창수 회장의 딸인 윤영 씨와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딸인 지영 씨도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연주 기자 @okjyj>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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