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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를루스코니 총리, 최대 위기? 女판사 3명이 재판한다
‘스캔들의 제왕’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사진)의 운명이 3명의 여성 판사의 손에 넘겨졌다.

전통적으로 성 문제에 대해 관대한 이탈리아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행동이 국가의 위신을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특히 여성들에게 수치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여성판사 3명에게 재판이 맡겨진 것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다.

결국, 숱한 성추문과 부패 혐의에도 불구하고 정치생명을 유지해온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번 만큼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 재판부는 15일(현지시간) 미성년 나이트클럽 댄서 카리마 엘 마루그(일명 루비)에게 대가를 주고 성관계를 갖고, 소매치기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루비를 빼내기 위해 전화로 압력을 가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대한 첫 심리를 내달 6일 개시한다고 밝혔다.

검찰의 조기재판 요청을 받아들인 법원은 줄리아 투리, 오르솔라 데 크리스토포로, 카르멘 델리아 등 3명의 여성 판사에게 재판을 맡겼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미성년 성매매 추문은 이탈리아 여성들의 광범위한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휴일인 지난 13일에는 로마와 팔레르모, 트리에스테, 베네치아 등 주요 도시에서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여성 수만 명이 참가한 거리 시위가 열렸다.

시위에서는 “여성의 존엄성을 지키자” 등의 구호가 등장했고, 앞서 열린 다른 시위와 항의성 퍼포먼스에서도 “이탈리아에는 매춘부만 있는 게 아니다”, “이탈리아인들의 몸은 파는 게 아니다” 등의 구호가 나왔다.

이번에 재판을 맡게 된 3명의 여판사 중에서 줄리아 투리는 정치.경제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을 자주 다뤄온 베테랑 판사다. 그녀는 지난 2009년 거대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이 연루된 탈세 사건을 기각한 바 있고, 지난해 7월에는 밀라노 나이트클럽에서 마약인 코카인을 상습적으로 사용해온 고위층 인사에 대해 가택연금을 명령한 적이 있다.

또 이탈리아 법조계에서 투리 판사를 포함한 3명의 여판사는 매우 면밀한 심리와 엄격한 법 집행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상황을 예상한 듯 베를루스코니 총리측 변호사 니콜로 게디니는 이번 재판을 고위 공직자 관련 사건만을 다루는 특별법정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법원이 내달 6일 재판을 개시하기로 한데 대해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지난 14일 TV 대담에서 일요일에 있었던 여성들의 거리 시위를 “좌파 특정세력들이 동원한 정치집단”으로 폄하했다.

이탈리아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간한 글로벌 경쟁력보고서의 성 평등 지수에서 조사대상 134개 나라 가운데 74위를 차지해 카자흐스탄보다 낮은 순위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력 규모에 비해 여성의 지위가 낮은 편이다. 또 일하는 여성의 비율은 46%로, 유럽연합(EU)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

이탈리아 국내외 언론들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성매매 혐의에 대한 재판이 여성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헤럴드 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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