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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대체 엔진에 무슨 짓을…” 차업계 연비경쟁 불붙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 ’연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베스트셀링 모델의 경우 연식을 바꾸면서 엔진을 업그레이드해 연비를 대폭 강화하는가 하면, 일부 업체들은 아예 연비강화형 모델을 따로 출시하는 등 최근 흐름을 좇고 있다.

일반적인 경우 자동차에서 배기량과 연비는 반비계 관계에 있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회사 연구진들에게는 이런 상식을 뒤집도록 만들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지난해 준대형차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한 기아자동차 K7은 기존 MPI엔진 대신 올해부터 고성능 GDI 엔진을 탑재해 ‘더 프레스티지 K7’를 출시했다. 2400㏄ 트림의 경우 기존 모델과 비교했을 때 같은 배기량임에도 직분사 기술이 첨가되면서 연비가 8.5% 올라간 12.8㎞/ℓ를 기록했다. 동시에 최고출력도 201마력으로 11.7%나 향상됐다.

현대자동차도 이번 시카고모터쇼에서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고급 세단 제네시스의 신모델을 공개했다. 이 차는 5000㏄ 고배기량 엔진을 장착하고도 GDI 직분사 시스템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화로 두자릿수 연비인 10.6㎞/ℓ를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5년 만에 신차를 내놓는 쌍용자동차도 연비에 집중했다. 오는 22일 출시 예정인 ‘코란도C’를 프레임타입이 아닌 모노코크 바디(일체형 강판)로 내놓으면서 무게를 줄였다. 쌍용차 연구소 관계자는 “코란도C는 같은 차량을 프레임타입으로 개발 했을 때 보다 100㎏가량 무게를 줄였다”고 밝혔다. 그는 “고연비를 위해서라면 어떤 개발이든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직접 차량 생산을 하지 않는 수입차 업계에서도 연비는 최대 화두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서 ‘수입차는 럭셔리카’라는 등식이 깨지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경제성을 따지는 알뜰족들이 수입 디젤 차량을 비롯한 친환경 차량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닛산은 이달 들어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의 최고 스테디셀러 G시리즈 라인업을 추가했다. 기존 3700㏄ 단일 배기량일 때는 정통 스포츠세단을 원하는 고객만 있었지만 여기에 2500㏄를 추가하면서 판매량도 두배 가량 늘어났다. 연비는 9.5㎞/ℓ(G37)에서 11.0㎞/ℓ(G25)로 향상됐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스포츠 세단이지만 연비가 ℓ당 2000원에 육박한 상황에서는 한 자리수 공인 연비차량이 설자리가 없었음을 인피니트 측도 느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BMW도 오는 17일 중형 SUV ‘뉴X3’를 출시한다. 연비는 기존 모델이 13.0㎞/ℓ였던 것에서 16㎞/ℓ로 대폭 향상됐다.(2000㏄ 디젤 모델 기준) 상시4륜구동 모델이지만 신호대기 등 잠시 정차했을 때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자동으로 시동이 걸리는 ‘오토스톱엔스타트’ 기능이 추가되면서 공인연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미 폴크스바겐은 불별의 베스트셀링 차량인 해치백 ‘골프’로 이 분야서 전설이 돼 가고 있다. 기존 2000㏄ 단일 모델에 1600㏄ 블루모션 모델(21.9㎞/ℓ)을 추가하면서 수입된 차량을 배에서 내려 통관절차만 거치고 나면 1주일 안에 모두 소진이 되는 상황이다.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자동차 업체와 연비와의 전선. 누가 시켜서 하기 보다는,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에 자진해서 찾아가는 총성 없는 싸움터다.

<윤정식 기자@happysik>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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