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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리온, 중국 대륙서 초코파이 신화 창조하다
[중국(상하이)=황혜진 기자@hhj6386]

13억 중국 시장에 ‘유통 한류’ 바람이 거세다. 중국 현지인들이 한국 간판을 내건 대형 마트에서 한국산 과자나 화장품을 장바구니에 담는 광경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통기업과 소비재업체들이 중국을 디딤돌로 ‘글로벌 경영’의 큰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글로벌 경영’에 소매를 걷고 나선 대한민국 대표 기업의 활약상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중국 최대의 명절 춘제를 앞두고 찾은 ‘오리온’ 중국 상하이 공장. 푸둥 공항에서 차로 50여분쯤 달리니 멀리에서부터 빨간 글씨로 쓰인 ‘ORION’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파이, 비스킷, 스낵공장이 한꺼번에 모여 있는 것치고는 건물이 소박하다고 생각하던 찰나, 고개를 돌리자 ‘미음(ㅁ)’자로 연결된 공장은 광활한 중국 대륙만큼이나 거대한 위용을 드러냈다.

▶현지화로 초코파이 신화를=가장 먼저 초코파이 생산공장을 찾았다. 달콤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나명수 오리온 중국법인 상무이사는 “이것이 바로 중국 대륙을 매료시킨 ‘하오리여우’ 파이 향기”라면서 “연중 소비가 가장 몰리는 춘제를 앞두고 있어 요즘 주 6일, 24시간 공장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하오리여우 파이’는 ‘초코파이’의 중국 이름으로, ‘좋은 친구’란 뜻이다. 나 상무이사는 “중국인들에게 익숙하게 하기 위해 모든 제품 이름을 중국어로 바꿨다”면서 “ ‘고래밥’ ‘오감자’ ‘예감’ 등도 각각 ‘하오뚜어위’ ‘야투떠우’ ‘슈우유엔’으로 부른다”고 말했다. 포장지에서도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정(情)’이 들어갈 자리에 ‘인(仁)’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던 것. 나 상무이사는 “한국에선 인간관계에서 ‘정’을 중시하지만 중국인들은 ‘인’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스킷, 스낵공장에서도 중국화는 완연했다. 감자를 좋아하는 중국인에 맞춰 고래밥은 감자가루로 반죽했고, 오감자와 예감은 스테이크맛, 구운오리&치즈, 토마토맛 등 한국엔 없는 시즈닝을 입었다. 중국에서만 판매하는 판다 모양의 카스텔라 파이(슝마오파이파이)도 있다. 나 상무이사는 “우리 목표는 중국인들이 오리온을 중국 현지 기업으로 착각할 만큼 현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오리온 중국법인 임직원 중 99.9%가 중국인이다.

▶‘틈새시장’에서 생존해법을 찾다=오리온 중국법인은 올해 매출 7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국내 매출을 웃도는 금액이다. 현재 오리온은 중국 시장에서 파이 부문 1위, 비스킷과 스낵은 3~4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장도 베이징(1997년, 2006년), 상하이(2002년), 광저우(2009년) 등 4곳으로 늘어났다.

다국적 식품기업들이 몰려 있는 중국에서 오리온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틈새를 노렸기 때문이다. 파이, 비스킷, 스낵 구분이 명확한 중국 제과 시장에서 영역을 넘나드는 제품으로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은’ 중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것. ‘초코파이’는 파이와 초콜릿, 비스킷의 조합이고 고래밥, 오감자 등도 비스킷과 스낵의 중간형 과자다.

종합 제과업체란 점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시장 변화에 따른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 상무이사는 “중국 시장도 과거엔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파이를 선호했지만 점점 입맛이 고급화하면서 스낵이나 비스킷 등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추세”라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쌓은 노하우가 급변하는 중국 시장에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순환근무제를 시행하지 않는 것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오리온 중국법인 한국인 직원들은 대부분 15년 이상 중국에서 거주한 이들이다. 현지 시장에 대한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춰야 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원칙 때문이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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