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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림하이’...삼동의 비극ㆍ백희의 비극
이것은 산골 소년에겐 희극일까 비극일까. 백날 2등만 하는 소녀에게 이것은 비극일까 희극일까.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는 삶에는 두 종류의 비극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비극’과 ‘원하는 것을 얻는 비극’이었다. 지금까지 이 소년의 삶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희망이 넘실대는 희극인 듯 했으나 이제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참담함에 삶은 비극으로 돌아서려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소녀의 삶은 원하는 것을 얻지 않아도 됐었기에 행복한 희극이었으나 원하는 것을 얻게 되던 날부터 이상하게도 처참한 비극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우습게도 다른 이유로 같은 대상이 두 사람의 비극의 원인이 됐다.

첫 번째 비극, 그것은 첫 눈에 반해버린 ‘농약같은 가시내’를 얻지 못한 것이었다. 순수하기만 했던 소년 삼동(김수현)은 그 소녀 혜미(수지)를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수줍은 눈빛 안에는 설레는 열일곱 소년의 순수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다 자란 소년이기에 ‘사랑’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해도 그러한 복합적 감정의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순수한’ 것이었다.

혼자 바라보는 것이라도 상관은 없었다. 소녀가 웃을 수만 있다면 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화분쯤이야 기꺼이 이 한 몸을 던져 맞아줄 수도 있다. 그것이 소년에게 또다른 비극을 불러오는 원인이 될지라도 그렇다.

이렇게 한 사람만을 바라보던 삼동의 비극이 시작되는 순간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서였다. 우연히 목도하게 된 이제는 ‘택배커플’로 불리는 혜미와 진국(택연)의 관람차 안 입맞춤 장면이 그것이다.

그 순간 순수했던 감정은 깨어지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비극’은 시작된다. 해맑은 삼동은 웃음을 잃고 물거품처럼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다. 혜미가 찾아와도 웃지 않고 매몰찬 말들만 뱉어낸다. ‘다크 삼동’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삼동의 변신을 예고하듯 이 때 배경음악으로는 라디오헤드의 그 유명한 ‘Creep’이 나왔다. 삼동이 홀린 듯 듣고 서있었던 이 노래의 가사는 삼동의 지금 이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When you were here before / couldn`t look you in the eye / You`re just like an angel / your skin makes me cry (네가 처음 여기 왔을 때 / 난 널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었어 / 넌 정말이지 천사같은 존재야 / 네 모습만 봐도 난 울게 돼)”

이 짙은 비극은 그럼에도 삼동의 감성을 키워내는 힘으로 다져진다. 삼동의 천재적인 작곡실력에 오늘의 비극이 더해져 작곡 수업시간 선생님으로 찾아온 주영훈으로부터 “이 나이의 학생이 가질 수 없는 슬픈 감성이 묻어난 자기만의 노래를 만들었다”는 칭찬을 받는다. 물론 그 때에도 삼동은 웃지 않는다.

두 번째 비극, 그것은 한 때 ‘혜미빠’로 혜미밖에 모르고 살았던 백희가 숭배의 대상을 라이벌로 인식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아주 작은 계기는 어린 소녀 백희(함은정)안에 열패감과 승부욕을 함께 키웠다. 그렇다 해도 시작은 좋았다. 늘 주변부에 머물던 백희의 통쾌한 한 방이었기 때문이다. 그 계기로 인해 혜미빠로 얼룩진 숨기고픈 과거도 덜어낼 수 있었다.

예술사관학교 기린예고의 입학과정이 그랬다. 백희는 혜미와의 오디션 자리에서 처음으로 ’인정’을 받았다. 늘 주목받던 1인자 혜미가 아닌 그저 3류에 불과하다고 믿었던 백희였다. 갑자기 인정받기 시작한 3류의 소녀는 위로 오르기 위해 소녀의 것이 아닌 ‘반칙’을 감행한다. 예를 들어 솔로 무대에 오르기 위해 경쟁하는 친구의 신발에 압정을 넣는 것, 마음을 얻기 위해 쉴새없이 거짓을 말하는 것. 찾아내자면 이것뿐은 아니다.

각설하고 넘어가자면 백희는 이러한 과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었다. 이를 악 물고 버티게 하는 경쟁자도 있었고 덕분에 기린예고 학생들 가운데 제일 먼저 ‘K’로 가요계에 입문하기도 한다. 원하는 것을 가진 비극은 더욱 깊어지기 시작한다.

안간힘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인정받은 3류는 2등까지 갔지만 1등은 되지 못했다. 늘 자신의 자리가 위태하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장수하늘소’가 될 수 없는 ’장수풍뎅이’다. 아무리 혜미를 넘고 싶어도 백희에게는 ‘혜미빠’라는 열등감과 자기 안의 불안을 극복하지 못한다. 서로간의 앙금을 풀고 이제 겨우 혜미와의 우정을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였으나 역시 백희의 비극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급기야 작곡수업에서 A를 받기 위해 남의 작품마저 빼돌린다. 실력으로 성장해야 하는 세계에서 실력을 위장하는 비극으로까지 몰고 가고 있다.

원하는 것은 얻었지만 그것을 지키기 위한 비극은 백희 안에 암초같은 독으로 퍼져갔다. 늘 절박하고 위태로운 2등이다. 승부의 세계에서 잔인한 현실만을 절감하기에 자기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열패감의 싸움은 우연히 얻는 것으로 시작된 비극 안에서 계속된다.

<고승희 기자/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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