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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軍 위문품 보면 시대상·삶이 보인다
1990년 과자·볼펜·연필꽂이 >>> 1995년 PC·세탁기 >>> 2005년 러닝머신·티셔츠·DVD 플레이어·아령
볼펜·과자 ‘역사속으로’

PC·DVD 플레이어로 진화

도서·TV·세탁기 인기 여전

해외파병땐 러닝머신까지


우리 겨레 최대의 명절 설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1일 혹한의 전방에서 나라를 지키는 국군 장병들은 그래도 방한모와 방한장갑 등 위문품 덕에 훈훈하고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군 위문품에는 우리나라의 발전상과 시대상은 물론, 신세대 장병들이 원하는 것을 우선 지원해주는 배려의 마음까지 고스란히 녹아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지난 1990년 이후 2009년까지 20년간 정부합동위문단은 군부대에 940억원어치의 위문품을 전달했다.

위문품들은 사회변화 추세와 신세대 장병들의 기호 변화에 맞춰 종류가 다양해지고 내용물도 크게 변했다.

전자제품의 경우 TV, VTR, 세탁기, PC, DVD플레이어 등이 첨단제품으로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고, 운동용품은 축구공에서 역기 아령 등 몸짱만들기 웨이트 장비로까지 품목이 다양화됐다. 방한모와 방한장갑은 물론이고, 이제는 가정용 스팀다리미까지 위문품으로 전달됐다.

2007년에는 러닝머신과 티셔츠가 위문품으로 등장하기도 했는데 이는 동명부대 단비부대 등 해외파병부대 장병을 위한 것으로, ‘세계 곳곳으로 진출하는 국군’이라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간 ‘단골메뉴’였던 과자류와 볼펜ㆍ연필꽂이 등은 자취를 감췄다. 위문품목에 빠지지 않던 과자류는 2001년을 마지막으로 위문품으로서 가치를 잃었다. 장병 급여 인상으로 간식을 사먹는 횟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볼펜과 연필꽂이도 PC 확산으로 1995년부터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교양도서, TV, 세탁기는 지금도 변치 않는 단골 위문품이다. 세탁기는 1994년 처음 150대가 전달된 후 계속 늘어 2009년에는 4500대로 급증했다.

외모에 관심이 많고 청결한 생활을 바라는 신세대 장병들의 욕구가 반영된 때문이다. 2005년까지 15년간 한 차례도 빠지지 않았던 VTR는 2006년부터 DVD 플레이어에 바통을 넘겨줬다. 운동용품도 축구공 등에 그치던 것이 2006년부터 역기와 아령 등으로 품목이 다양화됐다.

PC는 2003년 2130대를 시작으로 위문품목에 이름을 올린 뒤 매년 1000~2800대가량 선물로 전달되고 있다.

‘국군장병 아저씨께’로 시작하는 각급 학교의 단체 위문편지는 문민정부가 들어선 93년께 교육당국 지침이 사라지면서 공식적으로 없어졌다. 다만 최근 연평해전 때나 해외파병 부대 등에 대해서는 학교 혹은 학급단위로 자발적으로 위문편지를 보내고 있다. 인터넷으로 보내는 위문편지가 등장한 것도 시대상을 반영한다. 한편 지난 2001년부터 9년간 주한미군 기념품을 주는 데 위문성금이 16억원 이상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주한미군 기념품은 2001년 이후 비무장지대(DMZ) 철조망을 소재로 한 ‘DMZ 철조망 액자’로 지급되다가 MB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악화로 2009년 민속액자로 대체됐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왜 위문성금이 주한미군 기념품 비용으로 둔갑했는지 법적 근거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군 위문성금은 어려운 형편 속에서 복무하고 있는 장병들이 2년여의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도록 더 다채롭게 값있게 쓰여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우 기자/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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