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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적과의 동침 (7)
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유호성이 붉은 독수리라 불리는 포르셰 968 카브리올레를 몰고 제련그룹 사옥으로 달려오는 동안 유민 회장은 여러 사람들과 마주앉아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공교롭게도 식사를 하는 장소는 제련그룹의 사옥과 마주한 건물, 즉 광장을 사이에 두고 높이 올라선 건물의 맨 꼭대기 층에 위치한 현대식 프랑스요리 전문식당이었다.

“자, 어서들 잡수세요. 블랙올리브가 뿌려진 바다가재 요리랍니다. 맛이 아주 독특해요. 향기롭기도 하고요.”

유민 회장은 시칠리아 피스타치오 퓌레가 곁들여진 바다가재 요리에 한껏 매료된 모양이었다.

“여긴 유기농 재료만을 사용하는 식당입니다. 요리 자체도 인위적인 화학적 조리를 하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음식마다 고유의 향이 살아있단 말입니다.”

그는 복식호흡을 하듯 아랫배에 힘을 주어가며 음식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테너 가수도 아닌데 뱃속으로부터 목소리를 이끌어내며 한껏 위엄을 부리는 까닭은 알고 보면 단순했다. 기 싸움이라고나 할까?

“이제 한 솥밥을 먹는 식구가 되었으니 서로 도와가면서 힘을 합쳐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우리 제련그룹이…”

하지만 유민 회장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고개를 들고 뻔뻔스럽게 눈을 마주칠 수 없을만한 사람들이 마주앉아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맞은편에는 아내인 신희영과 현성애, 그리고 강유리가 앉아있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그들이 앉은 순서가 조강지처, 세컨드, 써드의 순서로도 여겨지곤 했던 것이다.


이른바 새로 구성된 부서의 핵심요원들과 함께하는 오찬 모임이었다. 전략기획실장 한승우, 스포츠마케팅 팀장 강준호, 차장 현성애, 1호 계약 골프선수 강유리, 그리고 직급은 없지만 그들 모두를 휘하에 두고 조종하는 아내 신희영, 이렇게 여섯 명이 모여 있으니 그 사이를 흐르는 기류가 미묘할 만 했다.

“1호 계약을 하는 골프선수라니… 반가워요. 앞으로 잘 해 봅시다.”

그는 강유리를 보며 능청맞게 너스레를 떨었다. 함께 몽골에 까지 여행을 다녀온 사이였으나 공식적으로는 처음 만나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다행스러운 것인지, 가증맞은 것인지, 강유리도 ‘처음 뵙겠습니다. 회장님’ 어쩌고 하며 역시 본능적인 연극대본을 읊었다.

“현성애 과장께서도… 아니 차장으로 승진했다지요? 우리 현성애 차장께서도 중차대한 일을 맡으셨지요? 1호 랠리선수… 유호성 군의 전담 미캐닉이 되어주어야 하니까…”

아내와 세컨드, 써드, 무려 세 명에 달하는 여자들의 눈치를 번갈아 보며 대응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쩌다가 일이 이토록 복잡하게 얽혔는지 몰라도 말 한 마디를 꺼낼 때마다 악어의 벌린 입에 머리통을 들이 미는 느낌이었다. 일이 이렇게 꼬일 줄 알았다면 애초에 혀를 깨무는 한이 있더라도 참았어야 했는데… 그는 바지 속에 얌전히 모셔져 있는 지겟작대기를 내려다보며 혀를 끌끌 차고야 말았다.

“쓸데없는 소리 말아요. 현성애 차장은 우리 강유리 선수 뒷바라지 하는 직책을 맡게 될 거라고요. 골프마케팅에 전념토록 할 예정이라니까요?”

“그럼 우리 호성이는 누가 챙겨줘? 더구나 현성애 차장은 자동차 튜닝이라든지, 정비 쪽을 공부한 인재란 말예요. 그런데 골프마케팅을 시켜?”

“또 헛소리 하시네. 호성이는 누가 뭐래도 골프선수로 키울 거라고요. 랠리선수? 꿈 깨세요. 그렇게 위험한 운동을 시키다가 사고 나서 반병신이라도 되면 당신이 책임질래요?”

“강유리 양을 우리 회사 대표 골프선수로 키우세요. 호성이는 레이서로 키우자고. 제발!”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강유리 선수와 호성이를 함께 훈련시켜서 멋진 골프팀을 만들겠다고요. 골프팀!”

아무리 현대식 프랑스 요리를 먹는 중이라 해도 이 지경으로 언성이 높아지니 무드가 생겨날 리 없었다. 아니, 무드는 고사하고 서로 눈치 보기에도 여념이 없을 지경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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