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의 결승전’ 이었지만 진짜 승부는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1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난적’ 호주를 만나 일진일퇴의 공방전 끝에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은 14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 C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전반 24분 ‘아시안컵의 사나이’ 구자철이 선제골을 터뜨리며 앞서 나갔지만 후반 17분 아깝게 동점골을 내주면서 1-1로 비겼다.
1차전 바레인을 2-1로 이긴 한국은 호주와 1승 1무(승점4)로 동률을 이뤘지만 골 득실에서 인도를 4-0으로 대파한 호주에 뒤져 조 2위를 유지했다.
한국의 8강 진출은 이로써 오는 18일 인도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갈리게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상 아시아축구연맹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26위에 올라있는 ‘우승 후보’ 호주를 맞아 한국은 경기 초반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며 기분 좋게 시작했다.
특히 전반전엔 공격은 수비처럼 상대 골문 앞에서도 침착하고 여유로웠으며 수비는 공격처럼 날카롭고 재빨랐다.
그 선봉에 구자철(제주)와 지동원(전남)이 있었다. 바레인전과 마찬가지로 지동원을 원톱으로 내세우고 구자철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한 조광래 감독은 미드필드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 이용래(수원)을 세워 뒤를 받쳤다.
수비는 변함 없이 이영표(알 힐랄), 이정수(알 사드), 차두리(셀틱)이 나섰고 퇴장을 당해 나오지 못한 곽태휘 대신 황재원(수원)이 조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골키퍼 장갑은 정성룡(성남)이 꼈다.
전반 2분 만에 박지성의 슈팅으로 골 사냥에 나선 한국은 전반 19분, 기성용의 코너킥을 이정수가 헤딩으로 연결하자 황재원이 슛을 날렸지만 골문 앞에 있던 수비수가 머리로 걷어내면서 아까운 기회를 놓쳤다.
마침내 전반 24분, 조광래호의 ‘젊은 피’가 붉게 달아올랐다.
정성룡은 정확한 골킥으로 최전방까지 한 번에 연결했고 지동원은 수비수 2명을 달고 깊숙이 침투한 뒤 달려들던 구자철에게 패스했다.
구자철은 침착하게 볼을 컨트롤한 뒤 오른발로 골대 왼쪽을 향해 정확히 차 넣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 대회 2경기 연속골이자 대회 3호골로 득점 선두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스페인식 패싱 게임’을 강조하는 조 감독의 성과는 전반 26분 진가를 드러냈다. 이영표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치고 가다 순식간에 2대1패스로 상대 수비를 허문 뒤 좁은 공간에서도 지동원에게 정확하게 연결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동원의 강슛은 골키퍼 정면을 향했다.
수비에선 차두리의 스피드가 빛났다. 전반 39분 상대의 역습에 왼쪽 측면을 내주며 정성룡과 케이힐이 1대1로 맞서는 상황에서 차두리가 번개같이 뒤에서 달려들어 볼을 쳐냈다.
호주는 후반 본격적인 반격을 시도, 결국 후반 17분 동점골을 뽑았다. 루커스 닐은 반대쪽에서 날아온 코너킥을 툭 차올렸고 밀 제디낙이 정성룡보다 한발 앞서 헤딩골로 마무리 지었다. 높이에 의한 헤딩골, 호주의 강점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양팀은 한 번씩 공격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팽팽한 양상을 이어갔다. 조 감독은 후반 21분 ‘K-리그 득점왕’ 유병수(인천)과 ‘왼발의 달인’ 염기훈(수원)을 투입하며 변화를 노렸다.
그러나 유병수는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후반 막판 윤빛가람과 교체돼 나왔고 염기훈의 몸놀림 역시 눈에 띄지 않았다.
박지성의 진가는 바로 이때 유감없이 드러났다. 상대의 거친 파울과 견제 때문에 주로 동료에게 찬스를 내주는 ‘도우미’ 역할을 하던 전반과 달리 박지성은 후반 들어 직접 기회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박지성은 왼쪽 미드필더로 나섰지만 그가 없는 그라운드는 없었다. 특히 후반 중반 이후에는 깔끔한 볼 컨트롤로 직접 드리블하며 상대를 위협했다.
박지성은 후반 15분 지동원의 패스를 받아 왼쪽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다 강력한 중거리슛을 때렸다.
후반 42분에는 이청용의 패스를 받아 헤딩으로 절묘하게 기성용의 발 끝에 떨어뜨렸고 기성용이 논스톱 슛으로 연결했지만 마크 슈워처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다.
<김우영 기자 @kwy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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