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누구와 비교당하고 거절당하는 과정이었어요. 배우란 상처를 떠안고 살아가야 하는 직업이구나 하는 생각에 큰 회의가 들어 그만둘까도 생각했지요.”
유선(35)이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것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청춘스타 같은 폭발적인 인기는 없었지만 큰 굴곡 없이 연기 영역을 구축해온 지 꼭 10년. 하지만 2005년 공포영화 ‘가발’ 이후 몇 개월간은 작품 출연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다른 배우와 도마에 올라 연기가 아닌 비주얼이나 스타성을 기준으로 평가받고, 그렇게 탈락하는 경험이 반복되니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무엇으로 버텨냈을까.
유선은 최근 자신의 모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찾아 특강을 하면서 “자신만의 정신적ㆍ정서적 안식처를 꼭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선에게 그것은 신앙이었다. 여배우 엄정화 엄지원 한혜진 한지혜, 아나운서 박나림 박지윤 등과 함께 연예인 성경모임을 갖고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의 공연ㆍ봉사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그는 강우석 감독의 영화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연기의 지평을 넓혔다. ‘이끼’에 이은 ‘글러브’에서 청각장애 고등학교의 음악교사 역을 맡아 야구부 코치인 ‘음주폭행’ 프로야구선수 역 정재영과 공연했다. 여성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강 감독 영화에 내리 2편이나 주연을 맡은 것이 흥미롭다.
유선은 “처음 오디션차 찾아갔을 때는 여배우에게는 낯을 가린다며 감독님이 만나주지도 않더라”고 말했다.
지적이고 여성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선머슴같이 털털하고 씩씩한 성격이 영화와도, ‘강우석사단’과도 잘 어울렸다. 그는 ‘가비’와 ‘돈크라이마미’ 출연이 예정됐다. 이형석 기자/suk@
사진=안훈 기자/rosed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