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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가’ 극심한 결말논쟁, 왜?
단 2회만을 남기고 있는 SBS 주말극 ‘시크릿가든’(극본 김은숙 연출 신우철)의 결말에 대한 관심은 높은 정도를 너머 너무 심한 수준이다. 적어도 결말에 관한 한 시청률 50%를 넘겼던 ‘파리의 연인’때보다 더 난리다. 시청자들은 ‘시크릿가든’ 결말을 놓고 새드엔딩과 해피엔딩 등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며 화제로 삼고 있다. 가짜엔딩과 진짜엔딩도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 ‘시크릿가든’은 꿈속의 꿈을 반복하며 주원과 라임의 꿈에 둘이 같이 있었다고 추론함으로써 영화 ‘인셉션’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시크릿가든’이 그 어떤 드라마보다 결말에 대해 다양하고 높은 관심을 보일 수 있는 건 드라마가 재미있고 캐릭터에 빙의된 정도가 높아서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드라마의 이야기 구조 자체가 딱 끝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도 큰 이유다.

‘영혼 체인지’라는 컨셉은 이렇게도 끝날 수 있고, 저렇게도 끝날 수 있는 유연성 강한 구조다. 결말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돼있다. 지난 9일 18회로 끝내도 무방했다.

로맨틱 코미디는 시청자들 사이에 남녀 주인공이 행복한 결말을 맞을 것이라는 해피엔딩에 대한 암묵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김은숙 작가가 중간에 이를 확 꺾어버렸다. 분위기가 새드엔딩으로 갈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김 작가는 이야기 전개에 갑자기 ‘스핀’을 걸지는 않았다. 단서와 복선, 전조를 조금씩 계속 던졌다. 그래서 반전이 터무니 없지는 않았다. 길라임(하지원) 아버지의 대사라든가 라임의 친구 아영(유인나)이 꿈 이야기를 하게 하는 방식을 통한 것이었다. 길라임이 사고를 당할 것이라는 전조도 라임의 회사 사장인 무술감독 임종수(이필립)의 입을 통해 “밤에 불안한 전화 받는 게 싫었다”며 스턴트우먼을 그만두라고 말하는 식으로 조금씩 알려졌다.

사람들은 아영의 꿈, 즉 “하얀 눈밭에서 너와 사장님이 어떤 다른 사람과 함께 꽃차를 마시고 있었다. 하늘에선 빨간 꽃이 내리더라”는 내용이 해피엔딩을 상징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물거품처럼 사라진다”는 ‘인어공주’의 대사에 무게를 실기도 하고 주원이 모친에게 꽃다발과 함께 남긴 편지 속에 쓴 ‘주원이가요’를 ‘주원이 가요’라고 해석해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심지어 드라마상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서도 시청자들의 추리가 이뤄지고 있다. 라임이 산소호흡기 없이 누워있는 것, 라임이 깨어났을 때 심장박동 장치가 0을 나타낸 것 등도 라임의 생사 판단의 추리 근거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시크릿가든’은 얼마전 대본 유출 사고를 겪었다. 길라임이 영화 촬영도중 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진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는 한 술 더 떠 여기에 일종의 ‘역스핀’을 첨가시켰다. 김주원(현빈)이 사고가 발생했던 스물 한 살의 기억에서 멈춰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보면 ‘시크릿가든’의 김은숙 작가는 시청자들과 함께 드라마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공동작가라고나 할까. 김작가는 트위터를 통해 “나를 살인자로 만들지마라” “아직 쓰지않은 가짜 엔딩이 너무 많다”는 식으로 네티즌과 소통하고 있다.

김은숙 작가가 네티즌의 결말에 대한 열화와 같은 관심을 수용하면서도 작가의 창의적인 부분을 어떻게 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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