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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산사 선방에서 무슨 일이?
욕망과 노여움을 내려놓게 하는 책

<선방일기>(2010, 불광출판사)는 1973년 신동아에 연재되었던 글로 1993년과 2000년에 출간된 적이 있다. 10월 15일에서 1월 15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상원사(上院寺)’로 모여든 스님들의 선방생활 기록이다. 곰과 개구리가 동면을 하는 동안 깊은 산사의 선방에선 스님들이 수도에 전력을 다하는 동안거(冬安居)가 시작되는 것이다.


동안거의 생활은 새벽 두 시 반에 기상하여 참선과 휴식을 번갈아 하며 9시 취침까지 단순하고 단조롭다. 세속을 떠나 불가로 들어왔다지만 아침엔 죽, 점심엔 쌀밥, 저녁엔 잡곡밥을 먹고, 이불도 없다니 너무 열악한 환경이 아닐까. 37년이 지난 지금의 산사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그믐에는 목욕과 이발을 하고 세탁을 하는 모습은 생경하지만 이런 게 절제의 삶은 아닐까. 


절간에는 열반도 피안도 없으며 인간을 육체적으로 거의 박제화(剝製化)시키려는 고통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끝내는 피안에로의 길을 자기 자신이 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신하면서 즐거이 수고(受苦)할 뿐이다. p. 61


스님들이 기거하는 선방에도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휴게실 공간인 뒷방이 있다니 놀랍다. 절에서 절밥을 먹고 자란 어린 스님들의 귀여운 다툼이나 배고픔에 감자를 훔쳐 구워먹는 모습에 웃고 만다. 다양한 이력을 지닌 스님들의 화두는 정신과 육체 중 어느 것이 우위인가, 본능 억제가 미덕일까, 하는 인간에 대한 것이 많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갖지 말라.  미워하는 사람도 갖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자주 만나 괴롭다  -  p. 5 3~54


책에서 만난 불경(佛經) 한 구절이 마음을 흔든다. 사랑과 미움이라는 감정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인간이 어리석은 일들을 저지르고 불행의 늪으로 빠져드는지.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는 걸 알지만 말이다.


얇은 한 권의 책이 가슴 깊이 쌓아둔 노여움과 욕망을 내려놓게 한다. 차갑지만 맑고 신선한 겨울 아침을 만나는 기분이라고 할까. 해서, 어지러운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갈해지는 듯하다. 복잡한 일상을 떠나 쉼을 만나고 싶다면 선방일기를 읽어보면 좋으리라.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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