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잡기’ 총력전에 돌입한 정부와 한국은행이 환율과 기준금리 같은 거시적 툴(Tool)을 어떻게 건드려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경제운용의 거시목표가 연초부터 흔들리게 된 셈이다.
공공요금 인상 억제, 농식품 공급 확대 등 미시적 접근은 정부의 의지와 ‘공권력의 동원’으로 어느 정도 관철시킬 수 있다.하지만 근본처방은 되지 못한다는게 고민이다.
사실 연초부터 불어닥친 ‘인플레 공포’는 전세계적으로 넘쳐나는 달러 유동성이 원자재와 원유 곡물 등의 가격을 끌어올려서 발생한 측면이 크다. 여기에 국내 경기회복에 따른 총수요압력이 이미 임계점을 넘어 물가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이른바 ‘비용상승형 인플레’와 ‘수요견인형 인플레’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이다. 물가단속이라는 대증요법만으로는 급속히 확산되는 인플레 기대심리를 막기 어려운 이유다.
정책의 무게중심이 물가쪽으로 옮겨간다면 거시경제 정책 운용의 핵심 툴인 환율과 기준금리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러려면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높아지는 걸 용인할 수밖에 없다. 올해 역시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유지되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밀려들어올 것으로 예상돼 원화절상(환율하락)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하지만 급격한 원화절상은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켜 경제 성장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정부도 어디까지 원화절상을 용인할 것인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 정상화의 폭과 속도도 고민이다. 시중에 풀린 과잉 유동성을 걷어 들이려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 그럴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또 너무 많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민간소비가 위축돼 성장의 동력을 떨어뜨릴 위험에 빠지게 된다.
또 기준금리를 올리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더 많이 들어와 원화절상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올해 정부는 5% 경제성장에 3% 물가로 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처해 있는 대내외 환경으로는 양립이 불가능한 정책목표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환율과 금리 등 거시적 수단을 잘못 건드렸다간 성장만 저하시키고 물가는 잡지 못하는 ‘스테그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경기회복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원화절상을 용인하고 기준금리의 폭과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며 “정책 당국의 딜메마도 이 지점에 있다”고 말했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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