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 황금상권 내세워
3.3㎡ 점포 임차인 대상
억대 상가 개발비 요구
피해 구제장치도 없어
1907년에 세워진 한국 최초 영화관 단성사. 100년이라는 한국 영화의 역사가 담긴 이 건물이 3.3㎡밖에 안 되는 공간에서 장사하려는 사람들에게 변칙적인 억대 상가개발비를 요구해 원성을 사고 있다.
2008년 최종 부도 처리된 단성사를 인수한 시행사의 이름을 딴 ’아산엠단성사’는 이르면 3월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귀금속 점포 등을 갖춘 쥬얼리타운을 오픈할 예정. 현재 귀금속및 식당 등 점포 임차인을 모집하고 있다.
그런데 이 상가에서 창업하려면 보증금과 월세 외에도 ’상가개발비’라는 추가 비용을 따로 내야 한다. 1층 3m 길이 매대에서 귀금속 장사를 하려면 보증금 2억원에 매달 임대료 200만원은 물론 상가개발비로 무려 1억50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3층 전용면적 35㎡ 남짓한 공간에 음식점을 운영하려고 해도 상가개발비는 5000만원에 달한다.
상가개발비는 통상 신규 상가를 분양하는 시행사가 홍보비와 인테리어 명목으로 점포 분양자에게 받는다. 하지만 아산엠측은 분양받는 사람이 아닌 임대로 들어오는 창업준비자들에게도 상가개발비를 요구하고 있다. 주변 귀금속 점포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더 좋은 자리로 옮겨가고 싶어도 그림의 떡이라고 말한다.
건너편 피카디리 극장에서 장사하는 심모씨는 “금값이 올라 손님이 부쩍 줄고 완전 적자 상태”라며 “월세 내기도 빠듯한데 1억원이 넘는 개발비까지 내고 들어가기엔 문턱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시행사측은 상가 홍보비 외에도 황금 상권에 들어오기 때문에 1억5000만원이란 상가개발비는 일종의 권리금이라고 주장한다. 계약 상 1층 점포를 계약해 처음 2년 내에 운영을 포기하면 보증금과 개발비를 돌려준다. 또 2년 이상 장사할 경우 개발비는 반환되지 않지만 그 때 가서 새로 들어오는 사람에게 권리금을 그만큼의 권리금을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계약자가 상가개발비에 대한 피해를 입더라도 이를 호소할 데가 마땅치 않다는 것. 2009년 상가개발비 용처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신촌민자역사에 시정명령을 내렸던 공정거래위원회는 민사소송으로 상가개발비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약관 상 상가개발비 문제점이 드러나면 그 약관 사용을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할 수 있지만, 소비자가 개발비를 돌려받기 위해선 공정위 심사결과를 갖고 소송에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 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