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싸인’이다. SBS 새 월화극 ‘싸인’이 기대와 우려 속에 5일 첫 공개됐다.
국내 최초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메디컬수사 드라마답게 첫 장면부터 사체 부검장면이 리얼하게 그려졌다. 천재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 분)은 또 다른 법의학자 이명한(전광렬 분)이 부검하기로 한 사체를 바꿔치기해 부검실로 향하고, 엉뚱한 노인의 사체 앞에서 황당해 하는 이명한이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드라마는 앞으로 펼쳐질 박신양과 전광렬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대결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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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에서 눈길을 끈 건 배를 가르고 장기를 적출하는 장면에 나오는 ‘더미(인체모형)’. 사람의 피부와 흡사하고, 눈썹에다 손톱까지 정교하게 만들어진 ‘더미’는 SBS아트텍의 특수효과팀이 직접 제작했다. 실제 배우와 똑같이 제작해야 하는 정교한 작업 과정도 요구되는 더미 한 구의 제작비는 2~3000만원 정도 들어간다. 보통 영화에서는 많이 사용하지만 안방극장에 등장하는 건 처음이다.
드라마의 한 관계자는 “부검 한 장면을 찍는데 총 3구의 더미가 필요하다. 배를 가르기 전 온전한 형태의 더미, 메스로 배를 가르는 장면을 찍기 위한 더미 그리고 배를 가른 후 장기를 적출하기 위해 필요한 더미”라면서 “앞으로 매회 다양한 더미가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귀뜸했다. 부검씬이 여러 차례 등장하는 ‘싸인’에서는 사체 출연료만 수억원대가 투입된다는 얘기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에서는 첫회 5분만에 죽은 김갑수가 눈길을 끌었다. 첫 방송에서 김갑수는 5분만에 싸늘한 주검이 됐지만 그가 연기한 성은필은 늘 화면 안에 있었다. 성은필이 습관처럼 굴려대던 호두 두 알의 섬뜩한 마찰음은 여전히 촬영장을 거칠게 파고 들었고, 신성우와는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고 김혜수와 정신과 상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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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성은필은 죽었지만 김갑수는 여전히 촬영장에 있다. 보통 극중 일찍 생을 마감하는 배우는 촬영 초반 모든 분량을 소화하고 일찌감치 퇴장하기 마련. 그러나 김갑수는 “여전히 촬영을 계속하고 있고, 아직 2회분 촬영이 더 남았다”고 말했다. 성은필의 죽음이 드라마를 지탱하는 중심 사건이고 거의 매회 새로운 김갑수의 이야기가 등장해 ‘몰아찍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김갑수는 다른 배우에 비해 출연료 정산도 복잡하다. 회상 장면은 출연료의 50%, 영정사진은 15%를 받는데 김갑수는 회상장면과 영정사진, 새로운 출연 장면을 매회 복합적으로 계산하고 있다.
한편 ‘한국판 CSI’로 화제를 모으며 첫발을 내디딘 ‘싸인’은 일단 긴장감 넘치는 극진행과 박신양, 전광렬 등 중견 연기자들의 연기 호흡이 시청자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내면서 16.1%(전국기준, AGB닐슨미디어리서치)로 출발했다.
홍동희·김윤희 기자/myst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