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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줌인>전경련 회장 ‘경총 회장’ 수순 밟나
이건희 삼성 회장이 오는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불참하고 차기 회장직도 계속 고사의 뜻을 비추고 있어 내달로 예정된 차기 전경련 회장 추대에 빨간불이 켜졌다. 새해 첫 회장단 회의에서의 이 회장 참석 여부는 전경련 신임 회장직을 맡느냐, 고사하느냐의 가늠자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 모시기’에 전력을 기울여왔던 전경련은 이 회장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 외 대안이 없다고 보고 일관된 설득작업으로 ‘이건희 전경련 회장’ 카드를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새해 첫 회의에서 회장단은 만장일치로 이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공식 재추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현직 회장과 회장단들까지 전방위 설득을 펼쳐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이희범 경총 회장과 같은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대두된다. 특히 설득과 읍소, 고사 그리고 지리한 회장직 공석이라는 패턴이 그대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4일 “솔직히 이 회장 외 대안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다른 이의 성사 가능성도 크지 않다”며 “모든 채널을 가동해 설득작업을 하고 있고, 결국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대를 내비쳤다.

실제 건강을 이유로 사임한 조석래 회장이나 강신호 전 회장 등 전현직 회장 및 회장단은 이 회장 측과 수차례 접촉, 회장직을 맡아야 할 당위성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임원도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재계 대표성을 지닌 분들이 ‘맡을 분은 이 회장 밖에 없다. (2월말)새 임기가 시작되기에 빨리 결심을 해야 한다’는 설득을 지금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회장의 회장직 수락 가능성을 높게 보는 측은 “이 회장도 내심 원하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선대의 유지를 받들어 언젠가는 회장직을 맡음으로써 재계는 물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큰 그림 행보’를 걷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문제는 시기인데, 그 결단을 주변에서 도와주면 몇가지 민감한 문제에서 벗어나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 다른 관계자는 “몇년전 이 회장이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것을 본 적 있는데 전경련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이 남달랐다”며 “새해 첫 화두로 삼성이 ‘사회적 동반자’를 내세운 것도 사회적 책임에 본격적으로 고민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해석했다.

재계에서는 그러나 만의 하나 이 회장이 회장직을 거부할 경우, 최소한 다른 유효카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가 본인 선임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을 아는 이상, 무게감있는 인사를 직간접적으로 추천하고 본인이 돕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이 회장 만큼의 중량감은 기대할 순 없어 보인다. 4대그룹 총수 중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꼽히지만 성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전경련 사회공헌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과 경제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등이 우선 떠오르지만 전경련이 원하는 카드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이에 정부나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명박정부 후반기 일자리창출, 동반성장 등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재계 파트너십이 절실하다고 판단되면 전격적으로 특정인에 ‘러브콜’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은 “이 회장이 당분간 경영활동에만 매진한다는 것은 불변”이라며 “재계 상징성을 감안해, 필요한 측에서 불을 지피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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