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배제에 지지율 상승 전망…“법원 판단 관건”
野인사 자리매김…野플랫폼·제3세력 시나리오도
尹블랙홀에 野주자 ‘난감’…코로나까지 설상가상
민주 ‘나쁘지 않다’ 기색…“野 분열 촉매제 기대감”
[헤럴드경제=정윤희·이원율 기자]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의 존재감이 더욱 커졌다. 코너에 몰린 윤 총장의 정치적 선택이 임박했다는 전망에서부터, 나아가 윤 총장을 중심으로 야권 재편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반면, ‘선거 모드’에 돌입한 야권 주요 인사들은 ‘윤석열 블랙홀’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태다.
26일 헤럴드경제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사법부 판단이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면서도 대체적으로 윤 총장의 지지율이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윤석열 총장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이미 대선 정국에 들어가 있다. 때리면 때릴수록 지지층이 응집하는 것은 누구든 마찬가지”라며 “문제는 추 장관이 제기한 6가지 혐의가 팩트냐 아니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법원이) 추 장관이 옳다고 하는 순간 (윤 총장은) ‘식물총장’이 되고, 윤 총장이 맞다고 하면 추 장관은 장관직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라며 “후자의 경우 중도·보수층을 중심으로 윤 총장의 지지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전자의 경우도 우리 국민들이 법원에 대한 믿음이 크지 않은 상태라 윤 총장이 억울하게 당했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총장은 직무배제 하루 만인 지난 25일 밤 서울 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또, 이날 중 본안 소송인 직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윤 총장의 정계 진출 가능성이 더 커진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다.
윤 총장이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자리매김 하는 것을 넘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띄운 ‘야권 혁신 플랫폼’과의 연대 가능성, ‘반(反)문재인’ 정서를 중심으로 하는 제3세력 결집 가능성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회자된다. 윤 총장 본인의 의사와는 별개로, 이번 일로 보다 선명한 야권 인사로 자리매김했다는 방증이다.
‘윤석열 블랙홀’에 정작 야권 주자들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전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선동 국민의힘 전 의원의 경우 당 안에서 “때를 잘못 잡았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올 지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도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김무성 전 의원 주도의 ‘마포포럼’ 강연을 연기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장기인 경제를 앞세워 ‘대권 로드맵’을 밝힐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달 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국민의힘 초선 모임 강연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윤 총장의 행보가 연말 정국의 ‘뜨거운 감자’가 되면서 주목도는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에서는 ‘나쁠 것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 총장의 부상(浮上)이 결국 국민의힘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칼을 댄 윤 총장이 국민의힘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낮다고 봤을 것”이라며 “윤 총장이 야권 인사들의 움직임을 억누르는 동시에 분열의 촉매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깔린 모습”이라고 말했다.
yuni@·y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