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채소 등 하루에 20~30g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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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배우 김수미 씨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고혈당 쇼크’가 국민건강의 이슈로 떠올랐다. 사망원인으로 알려진 고혈당 쇼크는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신체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는 증상이다.
다가오는 11월 14일은 고혈당 및 당뇨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세계 당뇨의 날(World Diabetes Day)’이다. 국제당뇨병연맹(IDF)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국제기념일이다. 평소 혈당이 정상 수치보다 높으면 인슐린 저항성 및 2형 당뇨 질환이 생길 수 있다.
건강한 혈당 수치 유지를 위한 첫걸음은 식단 관리다. 특히 단 음료나 흰 빵 등 정제된 탄수화물을 자주 먹는 식습관은 고혈당의 주범이다. 박초롱 부산365mc병원 식이영양사는 “우리 몸은 탄수화물 섭취 시 혈당을 조절하고 지방을 저장하는 인슐린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무분별한 정제 탄수화물 섭취로 혈당이 급상승하고 급하강하는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된다면 인슐린 저항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인슐린 저항성은 췌장에서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이 아무리 많이 나와도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혈당 관리가 어려워지므로 당뇨와 비만의 원인이 된다.
대부분 영양학자는 고혈당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영양소로 가장 먼저 식이섬유를 꼽는다. 식이섬유는 우리 몸이 혈당을 천천히 흡수하도록 만들어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준다. 특히 현대인이 많이 먹는 정제 탄수화물 섭취 시 빠르게 올라가는 혈당 속도를 막아준다.
식이섬유가 혈당 상승 속도를 느리게 만들면 인슐린이 적당히 분비되면서 혈당 수치가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혈당이 안정된 우리 몸은 지방 분해도 활발해진다. 식이섬유는 체중감량과 전반적인 대사 건강에도 이로운 영양소다.
실제로 국제학술지 ‘기능성식품저널(Journal of Functional Foods)’에 소개된 중국 쓰촨성 청두핑안병원 연구진 논문에 따르면 2형 당뇨 환자가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자, 고혈당 문제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식이섬유가 정제 탄수화물의 소화 속도를 늦춰서 혈당 수치를 조절하도록 돕는다”며 이는 “체내 염증 감소와 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을 줄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식이섬유 섭취는 건강한 장내 미생물군을 유지하는 데도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식이섬유가 혈당 조절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올해 국제학술지 ‘푸드(Foods)’가 다룬 중국 구이저우대학교 연구진 논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식이섬유는 혈당 관리의 효과적인 영양소로 꼽힌다. [123RF] |
식이섬유는 불용성과 수용성 유형으로 나뉘는데, 두 가지 모두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 매끼 다양한 음식을 통해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콩류, 채소·과일, 통곡물, 버섯, 해조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콩류는 식이섬유가 다량 들어있는 고단백 식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자료에 따르면 강낭콩(생것) 100g의 식이섬유 함량은 14g에 달한다. 대부분의 콩류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콩류의 식이섬유와 혈당 관리에 대한 논문은 여럿 나와 있다. 국제학술지 식품의학저널(2022)에 실린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 배턴루지 캠퍼스 생물의학연구센터 논문에 따르면 식단에서 콩을 추가하면 혈당 상승을 막는 데 효과적이며, 건강한 체중감량도 도울 수 있다. 콩에는 식이섬유와 함께 식물성 단백질도 많아 체중 유지 식단에 활용하기 좋다.
과일 중에서는 푸룬(prune·서양 건자두)에 식이섬유가 많다. 미국 농무부(USDA) 자료에 따르면 푸룬 100g당 식이섬유는 7g 들어있다. 사과(1.3g)나 바나나(2.2g)의 함량보다 훨씬 많다. 아침 식단에 식이섬유와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을 추가하면 활기 충전에도 도움된다.
밥을 지을 때는 통곡물에 각종 콩류를 섞으면 좋다. 통곡물 중에서는 보리(생것 100g당 12g), 귀리(7.6g)에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반찬을 조리할 땐 다양한 색감의 채소를 넣어 식이섬유를 보충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서 건강한 성인의 식이섬유 하루 권장 섭취량은 20~30g이다.
한편 대한당뇨병학회가 최근 공개한 ‘당뇨병 팩트시트 2024’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중 당뇨병 유병자는 533만 명이다. 당뇨병 전단계(1400만 명)까지 포함하면 2000만명 가까이가 ‘당뇨병 고위험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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