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비행기’를 이야기하면 남녀노소 누구나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를 떠올릴 것이다. 이 노래는 미국 동요 ‘메리의 어린 양(Mary had a little lamb)’을 아동문학가 윤석중 선생이 번안한 곡으로, 교과서에 수록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같은 제목의 우리 동요 ‘비행긔’가 일제강점기에 발표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지난 10월 31일 국립항공박물관은 ‘박물관과 함께하는 항공음악회’를 개최했다. 공군군악대가 연주한, 다채롭고도 수준 높은 프로그램은 항공 가족들과 지역주민으로부터 갈채를 받았는데 동요 ‘비행긔’가 첫 곡으로 연주됐다. 이 노래는 1931년 컬럼비아레코드사에서 유성기 음반으로 처음 발매됐는데 장르는 동요이고 이정숙(李貞叔)이 노래했으며 컬럼비아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았다고 한국음반아카이브연구소의 기록이 말해준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이 음반을 소장하고 있는 기관이나 개인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올가을 박물관 유물 수집을 통해 유성기 음반 한 장이 들어왔다. 1934년에 리갈레코드사에서 발매한 유성기 음반이었고 A면에는 ‘비행긔’, B면에는 ‘백일홍’과 ‘을지문덕’이 취입돼 있었다. 리갈레코드사는 컬럼비아레코드사의 자매사로, 이 음반 속 동요들은 컬럼비아 음반을 리갈에서 재판(再版)으로 발매한 것이었다.
지난해에는 가사와 시조를 비롯한 경기·서도·남도 계통의 잡가와 판소리 등의 가사가 수록된 ‘정선조선가요집(精選朝鮮歌謠集, 1931)’이라는 책 한 권이 입수됐다. 이 책의 부록에는 당시의 유행가곡들이 악보와 함께 실려 있는데 동요 ‘비행긔’도 있다. 이로써 박물관은 이 동요와 관련한 음반과 악보, 가사지, 가요집 등을 소장하게 됐다. 당시는 프로펠러 비행기만이 하늘을 날았는데 노랫말은 프로펠러 소리를 경쾌한 의성어로 표현하여 흥미를 자아내게 한다.
“따라라 따라라 중천에 높이 떠/ 따라라 따라라 비행기 날은다/ 날개를 활짝 펴고 천천히 날아올 때/ 프로펠러의 소리 멀리서 들린다/ 용감하구나 용감하구나// (후렴) 넓으나 넓은 하늘을 제 세상처럼/ 따라라 따라라 따라란따단띠라/ 따라라 따라라 따라란따단띠라/ 넓으나 넓은 하늘을 제 세상처럼”(2절 생략)
1931년 음반의 광고지에 따르면 ‘상쾌무비(爽快無比)의 동요로 정평 있는 이정숙이 천래(天來)의 미성(美聲)으로 비행기 귀뚜라미 두 곡을 교토(京都)의 권위인 컬럼비아오케스트라단이 반주했으니 인기가 비등(沸騰)’이라고 적혀 있다. 이동순 교수의 ‘한국 근대가수 열전’에 의하면 당대 최고의 동요가수로 이정숙을 꼽고 있다. 이정숙은 동요 ‘오빠생각’으로 널리 이름나 있고 50여곡의 동요를 취입한 가수다. 또한 1928년 ‘일축조선소리반’이라는 음반사에서 ‘비행의 꿈-내가 만든 비행기’라는 최초의 비행기 관련 동요도 취입한 기록이 있는데 이 노래도 음반과 악보, 노랫말 등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음악회에서 공군군악대가 편곡해 부른 동요 ‘비행기’는 근대음악의 발굴과 복원을 넘어 어린이들의 입을 통해 널리 불리기를 기대해본다. 항공문화의 현장에서도 자주 연주됐으면 좋겠다. 국립항공박물관 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안태현 국립항공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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