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우리나라 여자축구 간판 지소연(시애틀 레인)이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우리 선수들은 라커룸이 없는데도 당연하게 화장실이나 천막 아래에 들어가 그냥 옷을 갈아입죠. 이게 미국이면 큰일 나는 일이거든요.”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회장을 맡은 여자축구 간판 지소연(시애틀 레인)이 선수들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 작심발언에 나섰다. 각종 대회 중 선수들이 마땅한 장소가 없어 화장실, 버스나 대충 가려놓은 천막 아래 들어가 유니폼을 갈아입는 일이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지소연은 지난 1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 같은 ‘천막 탈의’는 외국이라면 난리가 날 일인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선수들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며 “항상 그래왔으니 그러는 거라지만 이제 바뀔 때”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실상은 지난 8월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 실사에 나섰던 선수협의 폭로로 공개됐다. 지소연은 “이런 이야기를 해도 당장 뭐가 바뀌지 않는다. 그래도 어린 친구들에게는 지금보다 좋은 환경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전국 61개 팀이 참여한 이 대회는 국내 여자축구대회 가운데는 최대 규모 대회였다. 탈의실이나 라커룸이 없어 가림막도 없는 천막 아래에서 옷을 갈아입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처음엔 화장실을 탈의실로 썼지만 줄이 길어지자 어쩔 수 없이 천막으로 향했다.
해당 사태에 대해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도 같은달 9일 ‘폭염 속 최대 규모 대회에 나선 여자 선수들, 사람들이 있는 데서 옷 갈아입어야’라는 제목의 홈페이지 글을 올려 한국의 상황을 꼬집었다.
지소연은 “목소리를 내서 욕을 먹는 건 당연한 거다. 이제는 정말로 현실을 깨달을 때가 됐다”며 “WK리그와 잉글랜드 여자 슈퍼리그(WSL)가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지금은 천양지차”라고 말했다. WK리그와 WSL의 원년은 각각 2009, 2010년으로, 오히려 우리나라가 1년 빠르다.
당장 돈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명목상 WK리그 최고 연봉은 5000만원이다. 신인 선수들은 1차 지명 시 3000만원, 4차 지명 이후라면 2000만원을 받는다. 사실상 10년째 연봉동결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은 23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명이 ‘연봉 2000만원’ 처지인 4차 이하 지명으로 선발됐다.
지소연은 “결코 남자랑 돈을 똑같이 달라는 게 아니다. 그게 욕심인 건 나도 안다”며 “리그든, 대표팀이든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틀은 갖춰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밖에서 보니까 느끼는 게 더 많다. 다른 나라는 빠르게 발전하는데 우리만 그대로인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