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기 1기보다 희망적...전세계 자금 美로”
‘트럼프 트레이드’로 전 세계 자금이 달러와 미국 증시 등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빠르게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코스피는 12일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로 장 초반 25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시장에선 앞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외국인의 코스피 매도세가 재연될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은 총 22조8000억원을 순매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제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했다.
당선 첫해인 2017년 외국인은 우리나라 유가증권 시장에서 6조6000억원을 순매수했다. 그러나 2018년엔 5조7000억원을 순매도했다. 2019년엔 순매수로 돌아섰으나 그 수준이 1조원에 불과했다. 2020년엔 미국 대선 불확실성에 코로나 시기가 겹치면서 24조6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주식 통계로 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주식 순유출 규모는 104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2018년(-56억6000만달러)과 2020년(-182억4000만달러)의 순유출 규모가 컸다.
당장 우리나라 입장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2018년이다. 순유출 규모는 2020년이 더 크지만, 코로나 특수성이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2018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중국과 대립을 시작한 시점이다. 관세 인상 대립으로 전세계가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의 흐름에 갇혔다. 수출이 성장엔진인 우리나라엔 직접적 악재다.
2018년 외국인 주식(코스피+코스닥) 순유출 규모는 이에 2011년 91억8000만달러 이후 7년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관세 인상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선 유세 과정에서 중국산에 60% 관세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기업도 타격을 입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이 한국에 보편관세 10%를 부과하면, 대미 수출이 152억달러, 제3국 등에 대한 간접 수출이 약 70~89억달러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중국을 직접 압박하더라도, 중국이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 중간재를 수입하는 나라가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의 대중 수출도 어려워진다.
연원호 KIEP 연구위원은 “자유무역협정(FTA)가 있음에도 관세를 올린다고 하면, 대미수출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면서 “중국에도 60% 이상 고관세가 매겨지면서, 중국산 제품 수입이 줄어들면, 우리의 대중 수출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직접 견제할 수도 있다. 지난 1~9월 대미 무역흑자는 399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입장에서 적자를 유발하는 나라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 조치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트럼프발 자금 유출 효과가 1기 때보다 2기 때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며 “코로나로 인해 미국 경제가 침체되는 시기였던 1기와 달리 2기인 지금의 미국 경제는 상당히 희망적이고, 법인세 인하 등 재정 정책으로 내수를 적극 부양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외국인 자금은 떠나고 있다. 한은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중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41억7000만달러 순유출됐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지난 8월부터 석 달 연속 순유출을 나타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도세가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면서 “‘환율 상승 → 외국인 국내 증시 매력도 하락 → 외국인 국내 증시 매도 → 환율 상승’이란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금유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이 중요한데 이에 대해서도 의문”이라며 “민간 지출이 약해지면 정부가 지출하며 지원책을 펼쳐야 했는데 정부의 스탠스도 미온적이라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전 세계 통화 중 달러만 유일하게 ‘독야청청’하다”며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이게 더 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세계의 자금이 미국으로 또다시 몰려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홍태화·정호원 기자
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