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 “징벌 처분 취소해달라”
1·2심 “부당한 징벌 처분”
대법, 2심 판결 확정
대법원.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교도관이 수용자에게 교율 위반 행위를 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라고 강요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헌법상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의 거부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경필)는 수용자 A씨가 대구교도소장을 상대로 “금치 20일 징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징벌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본 원심(2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확정했다.
대구교도소는 2022년 4월께 징벌위원회를 열어 A씨에게 금치 20일 징벌 처분했다. A씨가 다른 수용자들과 이불 정리 문제로 시비가 붙어 실랑이를 벌였다는 이유였다.
또한 당시 교도관이 적발 보고서를 발부하며 손도장으로 무인(규율위반 행위가 사실임을 인정하는 것)을 찍으라고 요구했음에도 2차례에 걸쳐 거부했다는 사유가 적용됐다. 교도관의 요구에 대해 A씨는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며 고함을 지르며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씨 측은 “금치 20일 징계 처분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의 쟁점은 교도관이 수용자인 A씨에게 무인하도록 지시한 것이 부당한지 아닌지였다. 부당하다면 A씨의 징벌 처분사유 중 대부분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징계 처분도 부당하고, 그렇지 않다면 징계의 취소도 불가능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징벌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봤다.
1심을 맡은 대구지법 2행정부(부장 신현석)는 “형집행법을 집행할 때도 수용자의 인권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며 “수용자에겐 적발 보고서에 무인을 요구하는 교도관의 지시를 거부할 헌법상 권리가 있다”고 했다.
이어 “교도관의 해당 지시나 명령을 적법하다고 할 수 없다”며 “A씨가 여기에 저항해 고함을 질렀다고 하더라도 동기나 행위의 정도 등을 봤을 때 허용되는 범위를 일탈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다른 수용자들과 실랑이를 벌인 것 자체는 인정했지만 “해당 사유는 위반의 정도가 경미하므로 금치 20일 처분은 과다해 부당하다”며 징벌 자체를 취소했다.
대구교도소장이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대구고등법원 1행정부(부장 곽병수)는 “교도관의 적발 보고서는 규율위반 행위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향후 형사 책임과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A씨는 여기에 무인을 요구하는 교도관의 지시를 거부할 헌법상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대구교도소장은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원심(2심) 판결이 정하다”며 징계 취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교도관이 수용자에게 적발 보고서에 무인할 것을 지시·명령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되는 자기부죄 거절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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