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캐나다 알버타 밴프)=함영훈 기자] 캐나다 겨울, 특히 알버타주 로키자락의 겨울은 길다. 하이킹, 트레킹, 트레일 제철은 5월부터 10월 사이. 4월이나 11월 해도 큰 지장은 없다.
페어몬트 샤또 레이크 루이스 |
밴프 어퍼 핫스프링스 |
11월~3월 겨울 동안 밴프, 캔모어, 레이크루이스, 재프퍼 마을엔 또다른 재미가 기다린다. 캘거리-밴프-레이크루이스 마을의 크리스마스 축제, 스키, 개썰매, 레이크루이스 얼음 축제[헤럴드경제 지난 10월 25일자 ‘밴프의 긴 성탄·겨울축제..김연아 처럼 레이크루이스 즐기기’ 참조] 외에도 많다.
19세기후반~20세기 초반, 유럽의 수퍼리치들이 즐겼던 고색창연한 온천, 밴프곤돌라를 타고 설퍼산에 올라 즐기는 미식 만찬과 ‘별이 빛나는 밤’, 우리 김장 때 일부 넣기도 하고, 가래떡을 찍어 먹거나, 라때식 라떼에 넣어 커피를 마시기도 하는 메이플시럽의 달콤한 겨울 정취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캐나다 로키의 겨울은 또 하나의 특별한 선물이다. 순백의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루는 설산, 수백만 그루의 실경 크리스마스 트리, 그 속에서 즐기는 겨울 액티비티와 뜨끈한 온천, 별이 초롱초롱한 밤하늘과 행운처럼 드리워지는 오로라는 겨울에 로키산맥을 여행할 이유이다. 존스턴캐니언 같은 편한 트레킹도 가능하다.
밴프 어퍼 핫 스프링스 온천 |
▶밴프 어퍼 핫 스프링스= 로키 여행이 시작되는 밴프(Banff)와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의 겨울은 액티비티와 크리스마스로 활기가 넘친다. 겨울은 성수기에 비해 훨씬 매력적인 가격으로, 쾌적하게 즐긴다.
밴프 설퍼산 중턱, 해발 1585m의 지점에는 캐나다 로키 온천 중 가장 수질이 좋은 밴프 어퍼 핫 스프링스(Banff Upper Hot Springs)가 있다. 캐나다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있어 파노라파 풍경을 감상하며 노천 온천을 즐긴다는 점에서도 명성이 높다.
선주민이 오래전부터 먼저 즐겨오던 것을 유럽인이 상업적 구조로 바꾸었다. 특이하게도 1995년엔 1932년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역사적 리모델링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밴프국립공원의 온천 |
100% 천연 미네랄 온천수가 흐르며, 수온은 평균 37~40도를 유지해 모든 방문객이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수영장처럼 넓은 대욕장은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머무르기에 적합하게 설계돼 있다. 다운타운에서 1번 시내버스(설퍼마운틴 행)를 타면 된다.
이 온천은 19세기 후반부터 “캐나다 로키의 매력이 스위스 수십배”라는 말을 들은 유럽 수퍼리치들이 산악승마, 자연경관관광, 트레킹, 골프, 뱃놀이 등을 즐긴뒤 마지막으로 건강을 도모했던 ‘화룡점정’의 콘텐츠이기도 하다.
▶동굴 온천과 라듐온천= 1883년 철도 근로자가 동굴에서 발견한 온천수 역시 인기가 높다. 이 케이브 앤 베이슨(Cave and Basin) 동굴온천은 고동색 바위 동굴 속에 에메랄드 빛을 띠는 온천수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밴프의 케이브 앤 베이슨 온천에 들어서면 몽환적인 분위기를 목도한다. |
이 밖에도 밴프와 레이크 루이스 지역에서 야외 온천을 갖춘 데이 스파를 쉽게 찾을 수 있으므로 겨울이라도 수영복을 꼭 챙기자.
알버타주 재스퍼 국립공원에는 미에트 온천이 있다. 은나노 건강 열풍을 일으켰던 라듐을 미량 함유한 평균 섭씨 54도의 온천수가 분당 1540리터가 분출된다. 황산염, 칼슘, 칼륨 함유량은 로키의 다른 온천 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듐온천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쿠테네이 국립공원도 더 유명하다. 마그네슘, 황산염, 불소, 칼슘, 중탄산염이 풍부하고 라듐양은 조금 섞인 정도라고 한다. 라듐 함유는 미량이 적절하다고들 한다. 분당 온천수가 1700리터나 쏟아진다.
▶동화 같은 겨울 나라의 고성 숙소들= 동화 속 성을 닮은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 호텔은 캐나다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호텔 중 하나이다. 1889년에 문을 연 ‘로키의 고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밴프국립공원의 중심부에 위치한다.
로키가 수퍼리치의 익스클루시브 여행지였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 호텔 |
창밖으로 보우 폭포를 바라보며 즐기는 애프터눈 티타임이 즐겁고, 아이스 스케이팅, 스키, 하이킹 등 겨울 액티비티도 활발하다. 야외 온천인 윌로우 스트림 스파(Willow Stream Spa)에서도 따뜻한 물 속에서 설산을 감상할 수 있다.
레이크 루이스를 장악한 듯 돋보이는 페어몬트 샤또 레이크 루이스는 로키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호텔이다. 객실에서 바라보는 레이크 루이스의 풍경도 훌륭하지만, 레이크 루이스의 경치와 함께 즐기는 레이크뷰 라운지에서의 저녁은 백만 불짜리 성찬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밴프와 재스퍼에는 다양한 부티크 호텔, 호스텔, B&B 등이 있으며 하이킹이나 크로스컨트리로만 접근할 수 있는 산중 로지에서 벽난로에 기대어 설경을 감상하는 휴가도 가능하다. 겨울에는 다른 성수기에 비해 조금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겨울에 즐기려고 간직한 술. 알버타 프리미엄 캐스크 스트렝쓰 |
▶별밤= 밴프 타운에서 로키의 겨울을 즐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곤돌라에 탑승하는 것이다. 밴프 곤돌라(Banff Gondola Up Sulfur Mountain)를 타고 백두산 높이에 약간 못미치는 설퍼산(해발 2450m)에 오르면 불과 8분 만에 로키산맥의 풍경을 파노라마로 마주하게 된다.
전망대에 서면 밴프 타운과 함께 캐스케이드, 런들, 터널 마운틴 등 6개의 산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다.
겨울 설경도 멋지지만, 11월~1월 초에는 밴프 곤돌라 별보기 체험도 인기다.
전망대의 맛집으로 소문난 ‘스카이 비스트로’에서 저녁을 먹는 동안 로키산맥의 눈 덮인 봉우리 위 총총한 별빛과 밴프 시내의 아기자기한 불빛들이 더없이 멋진 야경을 그려준다.
또한,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산꼭대기의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정상에 산타가 등장해서 작업장을 방문하는 가족 여행객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재스퍼 다크 스카이 보호구역 |
▶캘러리 파머스마켓에서 싸게 사는 메이플시럽= 캐나다 겨울의 상징인 메이플시럽을 한국으로 가져오자. 알버타 로키는 보는 것이 믿는 것이고, 메이프시럽은 현지 것을 사는 것이 믿는 것이다.
수입산도 동일 브랜드일지 몰라도 현지에서 사면 싸고, 유통, 통관 과정상의 제반 요소를 고려할때 품질이 더 좋을수 밖에 없다.
전 세계 메이플 시럽의 약 75%를 생산하는 캐나다에서 메이플 시럽은 ‘액체로 된 금(liquid gold)’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메이플 시럽은 항산화제가 풍부한 천연 감미료이자, 캐나다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캐나다 국기에 그려진 상징이 메이플 나뭇잎이다.
캐나다 메이플 |
선주민의 지혜, 이주민의 응용능력이 조화를 이룬 건강 소스 ‘메이플 시럽’ |
매년 12월 17일은 메이플 시럽 데이(Canadian Maple Syrup Day)이다. 캐나다 국민은 물론 지구촌에서 모인 여행자들도 캐나다 곳곳에서 달달한 추억을 만든다.
주산지인 퀘벡주 뿐 만 아니라 알버타주 캘거리 파머스마켓 등지에서 싸게 판매한다. ‘캐나다의 달고나’라는 한국형 이름이 날이 갈수록 널리 알려지고 있는 메이플 태피도 있다.
요즘 한국인들도 메이플 시럽을 다용도로 쓴다. 자연산 꿀과 조청의 중간맛이라 여겨, 가래떡을 찍어먹거나, 과즐을 만들때도 쓰고, 김장할 때 조금 넣기도 한다. 뭐니뭐니해도 팬케이크나 프렌치토스트에 발라먹는 것이 최고이다.
▶누군가 ‘실경’ 크리스마스를 묻거든 “알버타” 라고 답하라= 선주민들이 시작한 메이플시럽 문화는 600년쯤 된 것으로 추정한다. 멋진 단풍으로 인간을 힐링시키던 메이플나무는 겨울이 되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수액을 만들고, 선주민들을 이를 채취해 가열하는 방식으로 메이플시럽을 만들었다.
로키의 오로라. [출처=캐나다 Ecos of Nature] |
제철 오로라는 북위 60도대의 유콘이나 옐로나이프에서 제대로 즐기지만, 태양광 최고 활성화 시키를 맞아 북위 50도대 캘거리, 밴프, 레이스루이스 등 알버타주에서도, 그것도 발코니에서 맥주한잔 마시다 불현듯, 자주 즐기게 된다.
캐나다 알버타주의 겨울은 실경 300개가 넘는 마테호른 마운트 영화관에서, 실경 수백만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워두고 즐기는 포근함과 달콤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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