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판을 보면 국내외 구별 없이 갈등의 축이 되어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막스 베버가 역설한 ‘소명으로서의 정치’는 찾아보기 힘들다. 리더라고 대접받고자 하지만 결코 존경받지 못한다.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말이 현재까지도 강한 설득력이 있다. 이런 정치권에서는 찾기 힘든 진정한 리더를 머나먼 오스트리아에서 보았다.
세계한인무역협회는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비엔나에서 ‘세계한인경제인대회’ 및 “코리아 비즈니스 엑스포‘를 개최하였다. 단체 이름조차 낯선 분도 있겠지만, 월드옥타(World-OKTA)라고 불리는 세계한인무역협회는 현재 약 3만 5000명의 회원이 해외 71개국, 150개 지회에 가입되어 활동하는 재외동포 최대 경제단체이다.
지리적 위치나 경제 상황 등 다소 불안감 속에 준비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전 세계 46개국 89개 도시에서 활동하는 한인 기업인과 차세대 경제인 그리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내 기업인, 오스트리아 정부 인사 등 약3000여 명이 참여하였다.
스포츠나 영화에서 지도자인 감독의 역할이 9할이라고까지 표현하는데, 이번 대회 성공 역시 박종범 회장의 뛰어난 리더십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평가된다. 준비를 포함한 대회 전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열정과 헌신은 리더이거나 리더가 되고 싶은 모든 사람의 귀감이 될만하다.
첫째, 리더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유럽에서 처음 개최되는 행사의 성공을 위해 쉴 틈 없이 국내외를 넘나드는 추진력을 보면서 혹시 쓰러지지는 않을지 걱정될 정도였다. 리더가 이런 열정을 보이니 조직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고, 구성원들이 참여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개인은 시험이나 올림픽처럼 준비 과정에 최선을 다했으면 결과와 상관없이 만족하고 칭찬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성과를 내야 존속하는 기업이나 단체는 다르다. 대회 기간 중 213건, 약 2415억 원의 MOU가 체결되었다. 참여한 국내외 기업인 모두 예상 밖의 성과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셋째, 감동을 주어야 한다. 리더의 열정과 성과만으로도 감동적이었는데, 마지막 저녁 ‘뮤지크 펠라인’에서 열린 소프라노 조수미의 공연은 감동의 도가니였다. 월드 스타의 무대를 휘어잡는 카리스마도 인상 깊었지만, 앙코르 송으로 ‘그리운 금강산’을 부를 때는 울컥했다. 이런 감동의 순간을 함께 함으로써 회원들의 소속 단체에 대한 자부심이 한층 깊어진 것이 이번 대회 최대 성과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겸손하여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스스로를 낮춤으로써 높아지는 겸손의 리더십이었다. 주최자인 회장이 콘서트장 정중앙을 외빈과 단체 원로들에게 양보하고 떨어진 옆 구역에 앉아서 관람하였다. 중앙에 있지 않아도 중심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소리 없는 숨은 애국자들인 재외동포 기업인들과 그들의 리더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날 것 그대로 전하고 싶어 행사가 끝나고 방으로 돌아와 이 글을 쓴다. 시차가 아니라 감동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이찬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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