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반도체 산업 지형 변화로 운명 바뀌어
다우지수서 빠진 인텔 “추가 하락 가능성 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안에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나오는 가운데 한 시민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AI(인공지능)가 회사의 운명을 바꿨다.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인 다우지수에 반도체 대표주로 인텔 대신 엔비디아 편입이 결정된 것. 이는 AI 붐에 따른 반도체 산업 지형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평가다.
지수 운영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 지수'는 지난 1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오는 8일 거래부터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에서 인텔을 제외하는 대신 엔비디아를 편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반도체 대표주가 교체되는 건 25년 만의 일이다.
이는 인텔이 더이상 반도체 산업을 모두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최근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지수 내 반도체 산업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의 대표성을 띈다고 봤기 때문이다.
앞서 인텔은 1970년대 후반부터 50년 가까이 개인용컴퓨터(PC) 중앙처리장치(CPU)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지배했고, 지난 1999년부턴 다우지수에 편입됐다.
하지만 모바일·AI 붐 등 시장 변화에 연이어 뒤처지고 주력인 CPU 부문에서도 경쟁사인 AMD에 추격을 허용하면서 최근에는 퀄컴 등에 사업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지난 2021년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 취임 후 반등을 모색하고 있지만, 지난해 말 50.25달러였던 주가는 올해 반토막 수준인 23.2달러로 떨어져 다우지수 편입 종목 가운데 가장 성적이 저조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DJI) 그래프가 화면에 표시되고 있다. [로이터] |
반면 인텔이 2005년 당시 200억 달러(약 27조6000억원)에 인수를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진 엔비디아는 AI 열풍을 타고 주가가 급등, 지난해 240%가량 오른 데 이어 올해도 173% 이상 상승하며 애플에 이어 시가총액 2위로 급등했다.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도 AI 산업 확대에 따른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위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앞다퉈 사들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차세대 AI 칩 블랙웰에 대해 "수요가 엄청나다(insane)"고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다우지수 편입 종목 변경에 대해 “AI에 따른 기술 산업 지형 변화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AFP 통신은 “기술 업계에서 역사적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년 전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을 일”이라면서 기술 업계에서 운명의 뒤바뀜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인텔이 다우지수에서 빠지면서 추가 주가 하락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주가에 대한 평판 하락은 물론, 다우지수를 추종하던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마저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다우지수는 미국 다우 존스사가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된 우량기업 주식 30개 종목(일명 '블루칩')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세계적인 주가지수다. S&P500지수, 나스닥지수와 함께 미국 3대 주가지수로 꼽힌다.
다우지수는 미국 산업 변천사를 한눈에 보여주지만 우량기업 30개 종목으로만 구성돼 있어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빅테크 중에서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이 다우지수에 포함돼 있지만 구글, 메타는 들어가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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