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AI 사업 글로벌 규모로 확장해야”
본원적 역량 강화 ‘운영개선 2.0’ 추진키로
연초부터 추진한 리밸런싱 성과도 공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4 SK그룹 CEO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SK 제공] |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차세대 챗GPT 등장에 따른 AI 시장 대확장이 2027년을 전후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SK가 성장 기회를 잡으려면 현재 진행 중인 ‘운영개선(O/I·Operation Improvement)’을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핵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운영개선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3일 SK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최태원 SK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계열사 최고 경영진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4 CEO 세미나’를 열어 AI 산업 및 운영 개선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
최태원 회장은 회의에서 운영개선에 대해 “단순히 비용 절감과 효율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정”이라며 “이를 위해 재무제표에 나오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고 측정되지 않지만 경영 핵심 요소인 기업가 정신,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등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4 SK그룹 CEO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SK 제공] |
최태원 회장은 “운영개선 고도화를 위해서는 AI를 잘 활용할 필요도 있다”며 리더들이 AI를 접목한 운영개선 방안 등을 제안해 회사 정책과 제도를 개선할 시 이에 걸맞은 보상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AI 사업 방향과 관련해서는 “SK가 보유한 기술력, 그리고 그룹 계열사 간 또는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가장 싸고 우수한 AI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그룹 AI 사업을 글로벌 규모로 확장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향후 핵심 과제로는 ▷반도체 설계, 패키징 등 AI 칩 경쟁력 강화 ▷고객 기반의 AI 수요 창출 ▷전력 수요 급증 등에 대비한 에너지 설루션 사업 가속화 등을 제시했다.
최태원 회장은 대표이사(CEO)들에게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거시 환경 변화를 잘 보고, 회사별 특성에 맞게 사업 환경 예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운영개선 달성도를 정량화 및 측정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SK 제공] |
앞서 CEO들은 세미나에서 올해 추진해온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및 운영개선 성과를 점검, 후속과제 실행을 가속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SK그룹은 올해 초부터 사업구조 최적화 이른바 리밸런싱을 추진한 결과 지난해 말 약 84조원에 달했던 그룹 순차입금은 올해 2분기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해 3분기 말에는 70조원대로 낮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 219개였던 계열사 수는 올해 연말까지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EO들은 잉여현금흐름 극대화 등 ‘운영개선 1.0’ 활동으로 재무구조 안정화라는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는 제조, 마케팅 등 운영 역량을 높이는 운영개선 2.0을 통해 본원적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운영개선 2.0 이후에는 시장과 고객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기술 역량 중심의 ‘운영개선 3.0’으로 키워야 한다는 방향성에도 인식을 같이 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 라인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
이번 세미나에서는 SK하이닉스가 시장 선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요인을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올해 3분기 영업이익 7조원을 달성했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CEO는 ▷낸드플래시 생산기지인 청주 M15을 HBM 생산라인으로 구축하는 과감한 의사결정 ▷‘원 팀 정신(One Team Spirit)’ 기반 아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조직문화 등이 반전의 기회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경영진들은 그룹 고유 경영체계인 ‘SKMS’ 실천력 강화 및 구성원 행복 제고 방안을 고민하는 시간도 가졌다. SKMS는 최종현 선대회장이 1979년 처음 정립, 45년간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개정을 거듭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1월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에서 경영진에게 HBM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K 제공] |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하반기 이후 선제적인 리밸런싱과 운영개선 노력의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지금의 힘든 시간을 잘 견디면 미래에 더 큰 도전과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CEO들을 격려했다.
경영진들은 세미나에서 SK와 우리나라가 더 큰 성장을 이루기 위해 글로벌 시장 공략과 수출 확대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 그러면서 그룹 차원의 수출 역량 결집과 사업 간 시너지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SK그룹은 지난해 수출액 96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수출(828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달한다. 지난해 59조원을 수출한 SK이노베이션은 고부가 제품 확대, 동남아·중남미 등 신규 시장 개척으로 수출액을 더욱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27조원을 수출한 SK하이닉스는 HBM을 중심으로 수출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CEO들은 해외시장 진출과 수출 다변화를 위한 그룹 차원의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다양한 사업 밸류체인 간 협력을 통한 혁신적 제품 개발 이른바 ‘솔루션 패키지(Solution Package)’를 활용한 수출 경쟁력 강화 방안도 논의했다.
[SK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