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위어 트라피구라 회장 겸 CEO(최고경영자·왼쪽)와 리처드 홀텀 이사 겸 차기 CEO [트라피구라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우호 세력’으로 꼽히는 글로벌 기업 트라피구라 회장과 내달 회동을 갖는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제레미 위어 트라피구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리처드 홀텀 이사 겸 차기 CEO 등은 다음 달 중순 한국을 찾아 최 회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과 회동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다음 달께 트라피구라 측의 방한 일정이 확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최 회장 등과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트라피구라 CEO를 맡고 있는 위어 회장은 내년 1월 1일부터 CEO에서 물러나 회장으로 남고, 홀텀 이사가 CEO 바통을 이어받는다.

트라피구라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규모의 원자재 중개기업으로, 그동안 고려아연과 니켈 사업 분야에서 공고한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2022년에는 고려아연 자사주를 2000억원에 매입하는 등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고려아연 지분 1.49%를 보유 중이다. 시장에서는 한화, 한국타이어 등과 더불어 트라피구라를 최 회장 측의 대표적인 ‘우군’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11월에는 트라피구라 측과 고려아연 자회사 켐코가 1850억원 규모의 올인원 니켈제련소에 대한 투자협약을 맺고, 연간 2~4만톤의 니켈 원료를 조달하는 장기 계약 등을 체결한 바 있다.

특히 트라피구라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발생 이후 최 회장과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 연합 가운데 어느 쪽을 지지하는지를 묻는 국내 한 언론 관련 질의에 ‘(최윤범 회장 등) 현 경영진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고 답하면서 사실상 최 회장 측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재계에서는 양사 간 공고한 파트너십을 고려할 때 이번 방한 기간에 양측 최고경영진이 협력 강화 방안에 관해 머리를 맞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사주 매입이나 지분 교환, 주식 장내 매수 등 구체적인 협력 강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최 회장도 트라피구라 측에 적극적으로 지원 요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영풍·MBK 연합과 한 자릿수대 지분을 놓고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전날 MBK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결과 5.34% 지분을 추가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공개매수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영풍·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응한 110만5163주(5.34%)를 전량 매수한다. 이로써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기존 33.13%에서 38.47%로 증가한다.

자사주 공개매수로 맞불을 놓고 있는 최 회장 일가의 지분은 15.65%다. 현대자동차·한화·LG화학·트라피구라 등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주주들의 지분을 더하면 34.01%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오는 23일까지 예정대로 공개매수를 진행할 경우 베인캐피탈이 확보할 2.5%의 지분도 더해지지만,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부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고려아연 지분 7.83%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결국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