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의 신작 '넥서스' [김영사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가 15일 신간 '넥서스'의 출간을 맞아 국내 언론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컴퓨터, 코딩만 하다 보면 이뤄 놓은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리리는 "AI의 발전 속도를 봤을 때 앞으로 인간이 코딩할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코딩을 공부하면 그간의 노력이 헛수고가 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는 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속에서 한 분야보다는 전반적인 역량 강화에 학생들이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머리(지능), 가슴(감성), 손(기술)을 다 포괄한다.

그러면서 '유연성'(Flexibility)의 필요하다고 했다. AI의 활용으로 사회는 더욱 빨리 변하고, 그 과정에서 특정한 직업은 사라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하라리는 "50세에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게 흔해질 수 있어요. 그러려면 정신적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계속 배우고, 변해갈 수 있는 도구로서 교육이 필요합니다."고 했다.

하라리 자신도 정신적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하루 6~8시간을 읽고 쓰는데 사용하고 있다. 이를 체화하기 위해서 그는 매일 2시간씩 명상도 한다.

그런 그가 강조하는 것은 정보의 입력이 아닌 소화에 들이는 시간이다.

1년에 한두 달은 아예 외부와 격리된 채 지낸다. 휴대전화는 보지 않고 책도 숙소에 두지 않는다. 그는 "음식을 먹을 때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듯, 정보를 소화하는 데에도 숙고와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신간 '넥서스'에서 AI의 위험성을 다룬다. 핵심은 AI가 인류의 도구가 아니라 '행위자'라는 부분이다. 특히 소수가 독점한 AI 기술 덕택에 미국이나 중국, 특정 기업이 부와 권력을 독차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소수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지배하는 사회로 변질할 가능성이 크지만, AI뿐 아니라 인류가 오랫동안 쌓아온 지식과 문화가 여전히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하라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에선 AI가 활용되고 있지만, 전쟁의 동인(動因)이 신화와 종교라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양측의 충돌 원인은 자원도, 땅도 아니다. 집과 병원을 지을 충분한 땅이 있고, 에너지와 식량도 풍부하다. 그들이 싸우는 원인은 '신화'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어 “AI가 전쟁에 활용되고 있는 이 시대에도 수천 년 전에 탄생한 신화 탓에 전쟁이 발발했다. 그래서 역사와 문화는 아무리 오래됐을지라도 삶에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