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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기는 ‘노찾사’의 아버지…다시 우리 노래를 듣는 시대가 될 줄은 몰랐다”
노찾사의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
오는 11월 2~3일 40주년 콘서트
“우리의 아이덴티티는 시대 비판”
노래를 찾는 사람들 [노찾사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찢기는 가슴 안고 사라졌던 이땅의 피울음 있다, 부둥킨 두팔에 솟아나는, 하얀 옷의 핏줄기 있다” (광야에서 중)

절망을 삼키며 살아낸 시대는 저항과 희망의 노랫말로 다시 적혔다.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시기마다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하 노찾사)은 ‘시대의 기록자’였다. 이제 그들이 다시 미래를 향해 노래한다. 올해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40주년을 맞는 해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의 한동헌 대표는 최근 서울 종로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40년간 연속적 활동은 아니었지만, 노래를 찾는 사람들은 1984년 1집을 낸 뒤 40년의 시간이 지났다”며 “왜, 지금 다시 ‘노찾사’인가를 고민하며 다시 한 번 노찾사의 미래를 찾아보고자 했다”고 40주년 기념 공연의 의의를 밝혔다.

1984년 고인이 된 김민기가 기획, 고(故) 김광석이 참여한 1집 앨범으로 세상에 나왔다. 1989년 발매한 2집은 비공식 집계로 무려 10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지금까지 발매한 앨범은 총 4장 뿐이지만, 무수히 많은 이름들이 노찾사를 거쳤고 수많은 곡들이 1980년대의 시대정신을 담아 당대성을 노래했다.

스스로를 ‘노찾사의 뒷것’이라고 말하는 이병철 기획자(노찾사 음반 기획 담당)는 “직장인, 가정주부, 선생님 등 아마추어 보컬리스트들이 노찾사를 거쳐 1989년 굉장한 인기가수가 됐다”며 “그간 노찾사를 지켜준 멤버들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이어가는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노찾사의 음악은 시대와 역사에 따라 달리 불렸고, 그들을 찾는 횟수도 달라졌다. ‘민주화 시대’를 맞으며 노찾사의 음악은 조금씩 줄었으나, 최근 유튜브에선 다시 노찾사의 노래를 찾아 듣고 있다.

그는 “노찾사의 노래를 다시 찾아듣게 되는 시대가 되리라고는 생각은 못했다”며 “먹고 사는 것이 힘든 상황에서 팍팍한 삶이 예전 노래를 다시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고상하고 멋진 노래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활동을 멈출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들의 음악은 민주화를 향한 열망과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소위 MZ 세대에겐 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노찾사의 메시지가 담아낸 저항과 갈망은 시대와 세대를 넘어 소구한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한동헌 대표 [노찾사 제공]

한 대표는 “노찾사 노래의 중심엔 언제나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노찾사의 아이덴티티는 노랫말이다. 얼마나 울림이 있게 다가갈 것인가, 음악과 노랫말을 통해 지속적 울림을 주는 노래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40주년을 맞는 노찾사는 오는 11월 2~3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1984-40-2024’를 열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한다. 거북이의 리메이크로 젊은 세대에게도 알려진 ‘사계’를 비롯해 ‘광야에서’에 이르는 수많은 대표곡부터 새로 창작한 노래까지 선보이는 무대다. 이번 공연엔 1980∼90년대 합동 콘서트로 인연을 맺은 포크 가수 정태춘이 특별 출연한다. 권진원과 윤선애 등 노찾사를 거쳐 간 멤버들도 무대에 오른다.

한 대표는 “단순히 과거 노래를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스타일에도 신선함과 새로움을 가미하려 노력했다”며 “시간을 넘어 노래 자체의 울림을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신지아 음악감독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3∼4회에 걸쳐 워크숍을 진행하며 노찾사스러운 음악을 들려주려고 준비했다.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신선한 사운드를 연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찾사는 공연과 함께 특별 LP ‘노래를 찾는 사람들 1.5’를 발표하는 등 과거의 유산을 재조명한다. 특별 LP엔 1987년∼1989년 노찾사가 라이브 공연에서 부른 노래와 미발표 음원을 수록했다. 김광석이 노래하고 안치환이 기타를 연주한 ‘녹두꽃’, 김민기가 작곡한 ‘도대체 사람들은’도 실린다.

이 음반기획자는 “김민기 선생님은 노찾사의 라이브 전형과 패턴, 대중공연을 하면서 관객을 만나는 자세 등 음악적 멘토로 지대한 공헌을 했다”며 “선생님은 노찾사를 태어나게 해주신 아버지이자 질책을 아끼지 않는 스승이었다. 선생님 먼저 보내고 나서 그분의 노래를 최소한 한두 곡은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40주년 기념 공연을 계기로 노찾사는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노래를 만들고, 노래를 하는 작업에 집중한다. 한 대표는 “그간 노찾사의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라며 “노찾사 음악의 핵심은 비판정신이다. 살면서 우리가 느끼는 현실을 담아낸 가사 운동을 통해 한국 사회의 현실, 지금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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