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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뺏느냐 뺏기느냐…‘영풍 vs 고려아연’ 사생결단에 IB업계 일감찾기 분주 [투자360]
영풍정밀·고려아연 지분 매집 경쟁 치열
고려아연 3조 차입금 일시 조달
최윤범 회장, 영풍 지분 처분하며 실탄 마련
최윤범(왼쪽)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각사 제공 및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영풍과 고려아연이 경영권 다툼을 이어가자 국내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일감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 지분 강화에 나서자 최윤범 회장은 자본시장에서 3조원을 조달하며 다양한 IB를 파트너로 확보하고 나섰다. 영풍은 유동성이 풍부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만큼 고려아연 지분 매집 경쟁이 격화될 경우 IB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영풍정밀과 고려아연 종가는 8일 현재 각각 3만3800원, 77만6000원을 기록 중이다. 현재 두 곳은 MBK·영풍 연합, 고려아연·베인캐피탈 연합이 공개매수를 추진하고 있다. 공개매수가는 양측 모두 동일하게 각각 3만원, 83만원을 기록 중이다.

IB 업계에서는 공개매수 당사자 2곳이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상향 조정 가능성을 예의주시 중이다. 우선 영풍정밀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영풍정밀이 고려아연 지분 1.9%를 소유하고 있고 최 씨 집안에서 경영을 맡아온 만큼 상징성을 가진다는 평가다.

영풍정밀의 경우 이미 주가가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형성돼 있으며 매수량 측면에서 MBK가 최 회장보다 우세하다. MBK 측은 영풍정밀 유통주식 43%를 모두 사들일 계획인 반면 최 회장은 25%만 염두에 두고 있다.

가격 조정이 이뤄지면 양측 모두 자본시장을 활용한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를 위해 기업어음(CP)과 사모 회사채 발행, 금융기관 대출 등으로 일으킨 차입금만 3조1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영풍정밀 공개매수를 위해 최 회장이 개인 회사로 빌린 차입금도 881억원이다.

고려아연은 최근 20년 사이 자본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한 이력이 없어 회사채 발행은 이례적 행보로 평가 받는다.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회사채 발행을 예고했다. 만기는 1년이며 금리는 6.5%에 책정됐다.

고려아연의 AA+라는 상위 두 번째 수준인 우량한 신용도를 감안하면 상당한 금리다. 일시에 1조원을 조달했다는 특수성과 경영권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등 투자 리스크를 감안해도 동일 등급 발행 금리가 3%대 중반대에 형성돼 있어 고려아연은 웃돈을 주고 자금을 빌린 상태다.

최 회장 측은 메리츠증권은 물론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IB는 물론 하나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과도 접점을 만들었다. 최 회장과 손잡은 베인캐피탈도 한국투자증권에서 3437억원의 브릿지론을 활용한다.

최 회장은 영풍 지분을 정리하면서 117억원가량 현금도 확보했다. 특수관계인을 합산하면 영풍 지분을 현금화한 금액은 약 300억원이다.

MBK 역시 차입 규모를 늘리는 추세다. 당초 공개매수 주관사인 NH투자증권에서 브릿지론으로 1조5000억원 정도를 예상했으나 매수 단가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차입규모는 4000억원 이상 증액됐다.

고려아연의 경우 최 회장 측은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추진 중인 탓에 세금 측면에서 MBK 대비 불리할 여지가 있다. 매수 기간도 MBK가 먼저 종료되므로 고려아연은 투자자의 청약 의지를 끌어낼 만한 유인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 관계자는 “경영권을 뺏길 수 있는데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고려아연 경영진 입장에서는 무리하더라도 투자자가 제시하는 조건을 따를 수밖에 없고 직간접적으로 딜에 관여하고 있는 IB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ar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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