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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퇴직연금 운용규제, 개선이 시급하다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자동차가 알아서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자율주행 자동차 덕분이다. 하지만 자율주행 자동차가 거리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행인의 얼굴 등을 촬영하는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한다. 이처럼 사회나 기술 등의 발전 속도를 법 규정 등이 미처 쫓아 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비슷한 상황이 퇴직연금 시장에도 발생하고 있다.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이른바 ‘국장(한국증시)’이나 ‘미장(미국 증시)’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투자 수단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자산을 투자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에 대한 운용 규제는 과거에 머물고 있다. 대표적으로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법규정에 따르면 주식 등은 위험하고 정기예금 등은 안전하다고 정의하고 있다. 물가상승에 따라 실질 가치의 하락을 고려한다면 정기예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안전하다고 하기 어렵다. 가입자의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연금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 위한 적극적인 운용이 필요하다. 투자에 대한 인식이나 자산시장의 발전을 고려할 때 이제라도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대한 규제는 크게 4가지가 있다.

첫째, 원리금 보장 운용방법과 분산투자로 투자위험을 낮춘 운용방법, 적격 타겟트레이드펀드(TDF) 등은 적립금의 100%까지 투자 가능하다. 원리금 보장 운용방법에는 은행 및 우체국, 저축은행의 예·적금, 원리금보장형 보험계약(GIC), 환매조건부매수계약(RP), 원리금보장형 파생결합증권(ELB) 등이 있다. 투자위험을 낮춘 운용방법에는 채권형펀드, 채권혼합형펀드, 단기금융펀드(MMF) 등이다.

둘째, 신용등급이 BBB- 미만의 투자부적격등급 채권이나 국내 비상장주식, 파생상품 매매에 따른 위험평가액이 40%를 초과하는 펀드, 레버리지나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등은 퇴직연금에서 투자금지하고 있다. 직접 주식, 사모펀드, 전환사채, 후순위채권 등은 회사가 운용하는DB형은 가능하나 개인이 운용하는 DC형과 IRP에서는 금지하고 있다.

셋째, 위 두가지 이외의 증권등에는 적립금의 70%까지 투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방채, 신용등급 BBB- 이상 투자적격 채권, 상장리츠, 주식형펀드, 주식혼합형펀드, 하이일드펀드, 부동산펀드, ETF 등이다.

끝으로 넷째, 집중투자로 인한 손실방지와 계열사 등 사용자와 특수 관계에 있는 회사의 채권 등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이해상충 방지 투자 한도가 있다. 집중투자 한도는 동일법인 발행 증권에 대해 DB는 적립금의 10%, DC/IRP는 30%이내이며 동일계열기업군 발행 증권은 DB 15%, DC/IRP 4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해서는 사용자와 계열회사 및 지분법 적용사가 발행한 증권은 DB는 적립금의 5%, DC 20%, IRP 30%이내로 제한한다.

퇴직연금에 대한 운용 규제는 2003년 OECD에서 제시한 ‘퇴직연금 핵심 원칙에 대한 OECD 권고안’을 바탕으로 만들어 졌다. 이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한도를 상향하거나 새로운 투자 상품을 추가하면서 조금씩 완화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자산 운용에 대한 규제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보수적인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운용 규제 아래에서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해외 선진 연금 체계나 심지어 워런 버핏과 같은 투자 고수라도 우수한 운용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개혁 논의가 활발한 지금,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획기적인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경영학(연금금융) 박사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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