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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기절할까봐" 학대 말못한 유치원생…다 아는데 원장은 몰랐다?
대구 모 유치원에서 여섯 살 아이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남성 교사 A씨. [JTBC 보도화면 캡처]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대구의 한 유치원에서 남성 교사가 유치원생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추가로 다른 학대 정황들도 드러나고 있다. 또 유치원장이 학대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CCTV 증거 영상을 삭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30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대구 달서구의 한 유치원의 아동학대사건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 유치원 6세반 교사로 근무하던 30대 남성이 3~5월 원생 4명을 밀치고 때리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개된 CCTV 영상을 보면, 남성 교사는 아이들의 몸을 밀쳐 패대기치고 가슴이나 배를 때리는가 하면 목을 조르는 등의 행동을 했다.

26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해당 남성의 학대가 그보다 더 장기적으로 이뤄져왔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건이 알려진 뒤 이 유치원을 지난해 졸업했다는 아이의 부모가 아이에게 '너는 혼난 적 없어?'라고 묻자, 아이는 볼을 꼬집힌 적이 있다며 "엄마 기절할까봐 (얘기 못했다)"고 했다는 것이다.

대구 모 유치원에서 여섯 살 아이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남성교사 A씨. [JTBC 보도화면 캡처]

유치원장은 학대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유치원 내에서 학대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를 학대 중인 교사 바로 옆에 보조교사가 앉아 있는 모습이 CCTV에 찍혔을 뿐만 아니라, 5세 아이들도 '형님들(6세반 아이들)이 맞는 모습을 다 봤다', '○○○선생님이랑 같이 봤다'고 증언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또 학대가 이뤄진 교실은 교무실 바로 앞이며 원장실 쪽에서 큰 창문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조였다. 게다가 원장은 학대 혐의를 받는 교사에게 "(네가) 소리 지를 때마다 (내가) '애들 때문에 많이 힘들지' 그렇게 말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말하는 녹음파일이 공개돼, 남자 교사가 아이들에게 소리지르며 훈육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식으로 말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유치원 측이 학대 사실이 담긴 CCTV를 삭제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피해 아동의 부모는 지난 4월17일 아이가 볼에 새파랗게 멍이 들고 4번이나 혼이 나 유치원에 무서워서 못가겠다고 말한 사실이 기억나 CCTV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으나 보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3월27~29일, 4월 1~17일 CCTV 자료가 삭제인지 손상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해당 유치원 원장은 원장 자격이 없는 인물로, 원장 자격이 있는 원감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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