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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혜도 수입한다고?…중국산 ‘먹거리’가 몰려온다
中 배추 수입량 전년 比 588%↑…무는 487%
커피·냉면·과자 등 가공식품 수입량도 증가세
고물가에 중국산으로 눈 돌리는 소비자·기업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중국산 가격이 두 배 이상 저렴할 때도 있어서 선택지로 고려하기 시작했어요.”

급식업체 직원 A씨는 최근 국산 무, 배추 등 신선식품 시세가 급등하자 대체 식재료로 중국산을 선택했다. 이미 계약된 급식 단가에 맞게 메뉴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A씨는 “국산 산지 상황이 악화돼 품질이 떨어지면 일시적이지만 중국산 제품이 더 나은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산 식품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배추, 대파, 후추, 무 등 농산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식혜, 면류, 포도주, 차 등 가공식품도 중국산 수입량이 급증했다. 중국산이 밥상에 올라오고 있지만 막을 방법은 없다. 싸기 때문이다. 이상기후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국산은 결국 선택지가 됐다. 기업들도 원재료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중국산을 고를 수 밖에 없다.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만큼 국내 농가와 업체들의 리스크도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산 가공식품 수입량은 전년에 비해 급등했다. 눈에 띄는 품목은 커피 지난해 3.6톤에서 올해 22.5톤으로 수입량이 525% 뛰었다. 냉면은 32.4톤→283.9톤(775%), 초코류 과자는 2.6톤→8톤(214%), 인스턴트면454.1톤→ 1332.9톤(193%)로 수입 물량이 증가했다. 식혜처럼 사실상 새롭게 수입하는 품목도 생겼다. 식혜는 올해 1~8월 수입량이 76.1㎏으로 전년 보다 70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산 가공식품은 주로 식자재 마트를 통해 외식업계로 유통된다. 식자재 유통기업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국내산 원자재 비용이 크게 올라 중국산을 주문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30대 권씨는 “인건비와 다른 식재료 비용을 고려하면 김치라도 중국산을 써야한다”고 토로했다.

27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배추가 판매되고 있다. [연합]

중국산 채소 수입량도 크게 늘었다. 올해 1~8월 중국산 배추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588% 증가한 509.4톤이다. 무 역시 487% 늘어난 6493.3톤을 기록했다. 시금치와 당근도 각각 150%, 17%씩 늘었다.

중국의 최대 농산물 재배지는 산둥 지역이다. 이곳은 한국과 같은 위도에 위치해 한국 농산물 출하 시기와 품질이 비슷해 주요 대체지로 꼽힌다. 또한, 중국은 국토 면적이 넓어 계절마다 대체 산지가 많다. 특정 지역의 작황이 좋지 않을 경우 국민 전체가 영향을 받는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최근 중국산 채소는 공급이 불안정한 국내산의 자리를 빠르게 점령하고 있다. 특히 식품 기업들은 제품이나 메뉴 가격을 조정하기 보다는 중국산으로 원재료를 대체하고 있다. 단체급식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산 품질에 대한 고객 인식이 부정적인 것은 여전하지만 과거보다는 덜하다”며 “국산 농산물 가격 상승과 생육 부진으로 인한 품질 하락으로 인해 중국산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배추 가격이 급등하자 중국산 배출 16톤을 국내에 반입했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차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3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중국산 식품 수입 급등에 따른 우려도 있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시장의 논리로 기업이나 소비자가 중국산 식품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먹거리 분야는 다른 시각으로 봐야한다”며 “중국산 원재료를 수입해 한국에서 재가공한 뒤 국내산으로 판매하는 것도 소비자를 속이는 일종의 ‘둔갑’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정부가 농가 보호나 국내 기업을 위한 지원이 없다면 중국산 의존도는 더 높아지고 제2의 요소수가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온 현상 등으로 국내에 공급 물량이 부족하면 수입해서 채우는 수 밖에 없다”면서도 “계절별 비축 물량을 조절해 해외 의존도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배추를 고르고 있다. [연합]
mp125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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