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침체 가능성 징후 찾기 힘들다” 발언에도 움츠러든 투심
연내 50bp 추가 인하 예고…2026년말 2%대 기준금리 전망
“빅컷 후 침체” vs “피벗 후 證 상승” 분석 엇갈려
[AFP]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 6개월 만에 단행한 피벗(pivot, 금리 인하)에 대해 금융투자시장에선 기대감보단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더 큰 모양새다. 이번 ‘빅컷(50bp 금리 인하, 1bp=0.01%포인트)’을 두고 ‘선제적 대응’이라 강조하며 ‘R(Recession, 침체)의 공포’에 대한 투심 진정에 나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노력에도 미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 마감하는 등 안심하지 못하는 모습을 분명히 드러내면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03.08포인트(0.25%) 내린 41,503.10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벤치마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6.32포인트(0.29%) 낮은 5,618.2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54.76포인트(0.31%) 밀린 17,573.30을 각각 기록했다. 중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만 0.04% 올랐다.
이날 미 증시에선 ‘빅컷’ 결정 공개와 동시에 다우지수와 S&P500지수가 역대 최고 기록을 하루 만에 다시 쓰는 등 급상승세를 보이며 상승 탄력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회견 이후 다우지수는 장중 최고점으로부터 478.87포인트 급락했고 S&P500지수는 71.49포인트 미끄러졌다.
연준은 이날 종료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9월 회의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처음 통화정책 완화 행보를 시작했다. 금리 인하 폭을 둘러싸고 25bp냐 50bp냐 막판까지 치열한 논쟁이 펼쳐졌으나 연준 인사들은 결국 11 대 1 표결로 50bp를 선택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20년래 최고 수준이던 5.25~5.50%에서 4.75~5.00%로 낮아졌다.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작년 7월까지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한 후 작년 9월부터 지난 7월 회의까지 8차례 연속 동결한 바 있다.
‘빅컷’이 경기 침체의 전조현상이 아니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던 파월 의장의 발언이 투자자들 심리 속에 잠재했던 ‘R의 공포’를 오히려 끌어 올렸단 평가도 나온다.
파월 의장은 회견에서 ‘인플레이션 둔화’와 ‘고용시장 냉각 지속’을 빅컷 배경으로 설명하며 “50bp 인하는 옳은 선택”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다는 징후는 어디서도 볼 수 없다”며 “신중하게 나갈 것이고 필요할 경우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초저금리시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내리겠다는 연준의 입장 변화 역시도 투자자의 의구심을 더 키웠단 분석이다. 연준은 함께 발표한 점도표에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를 종전의 5.1%에서 4.4%로 낮췄다. 이는 연내에 0.5% 포인트 추가로 금리 인하가 있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내년 이후 기준금리 중간값은 2025년 말 3.4%(6월 예측치 4.1%), 2026년 말 2.9%(6월 예측치 3.1%), 2027년 말 2.9%(6월 예측치 없음)로 각각 예상했다. 2028년 이후의 장기 금리 전망은 6월의 2.8%에서 2.9%로 0.1% 포인트 상향했다.
라이언 스위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빅컷 결정에 대해 “연준 정책 입안자들이 점점 성장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서 노동 시장으로 더 많은 관심을 빠르게 이동하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공격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전규연·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남은 11·12월 FOMC에서 각각 25bp씩 점진적으로 금리 인하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증권가에선 미 연준의 빅컷이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이인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 연구기관 조사 결과 1974년 이후 10번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첫 피벗 이후 주식 시장은 3개월, 6개월, 12개월 간 평균적으로 5.5%, 10.6%, 11.3% 상승했다. 1년 이내 경기침체가 없었을 경우 100%의 확률로 주식시장은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면서 “1984년 이후 첫 기준금리 인하를 50bp 인하로 시작한 경우 1984년을 제외하고 모두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만큼 향후 추가적인 경제지표 추이 변화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반면, 경기 침체 우려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빅컷이 미 증시 향방엔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 체력이 견고한 국면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한 점은 지난 1995-1998년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면서 “당시 S&P500 지수가 각각 45.2%, 36%씩 상승한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역시 증시 방향성 측면에선 긍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정상적 경제상황을 앞두고 비정상적 통화정책을 정상화시키는 수순이라는 점에서 미 증시 선호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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