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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적장애 진단에도 탁구채 안 놨다…金 김기태 “아버지께 감사” [파리 패럴림픽]

장애인 탁구 국가대표 김기태가 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탁구 남자 단식(스포츠등급 MS11) 결승에서 승리한 뒤 시상식에서 태극기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장애인 탁구 차세대 에이스 김기태(26·서울특별시청)가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랭킹 3위의 김기태는 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탁구 남자 단식(스포츠등급 MS11) 결승에서 대만의 전보옌(세계랭킹 5위)을 세트 점수 3-1(3-11 15-13 11-7 11-9)로 누르고 우승했다.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의 새뮤얼 본 아이넴(호주)을 꺾고 올라온 김기태는 결승의 중압감에 1세트에선 실수를 연발했다. 하지만 몸이 풀린 2세트부터 전보옌을 무섭게 몰아붙여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장에서 포효하던 김기태는 평소 말수가 없고 내성적이다. 처음 탁구를 시작한 것도 매사에 소극적이던 그를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 김종섭 씨가 탁구장에 데려가면서다.

김종섭 씨는 아들이 스포츠를 통해 외향적으로 바뀌길 바랐다고 한다. 탁구채를 잡은 김기태는 금방 운동의 매력에 빠졌고, 경기력도 일취월장했다. 김기태는 "주변에서 내게 재능이 있다고 했다. 그 계기로 탁구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고 말한다.

장애인 탁구 국가대표 김기태가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 탁구 남자 단식(스포츠등급 MS11) 결승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연합]

2011년 병원에서 지적 장애 진단을 받은 뒤에도 김기태는 탁구채를 놓지 않았다.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출전한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 4위를 차지했고,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도 노메달에 그쳤다.

그러나 2022 세계장애인선수권대회 때 3관왕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3위로 우뚝 섰고, 김기태는 3번째 출전한 패럴림픽 무대에서 마침내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김기태는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처음엔 굉장히 떨려서 내 플레이가 안 나왔다"라며 "1세트가 끝난 뒤 마음을 비웠다. 나보다 잘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배운다는 생각으로 했고, 이기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리우 대회 때 엄청나게 속상했고, 도쿄 대회 때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떨어져서 착잡했다"며 "그래서 이번 패럴림픽이 간절했다"고도 했다.

김기태는 이날 시상식에서 쑥스러운 듯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별다른 세리머니 없이 시상대를 내려왔다. 경기할 때와는 다른 반전 모습이다. 김정중 대표팀 코치는 "김기태는 평소에 '파이팅' 소리도 안 내는 소극적인 선수"라며 "오늘은 경기에 완전히 몰입하더라"라고 말했다.

김기태는 '아버지가 탁구장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나'라는 질문에 "평범한 학생일 것"이라면서 "탁구의 길을 걷게 해주셔서 아버지께 감사하다. 한국에 돌아가면 부모님께 메달을 걸어드리겠다"고 말했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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