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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즈 달총 “1인 체제 후 3~4년은 방황…치즈와 함께 세상에 스며들었다” [인터뷰]
1인 밴드 ‘치즈’ 달총 인터뷰
데뷔 13년차…4인→2인→1인
양면의 감정 노래하는 고막 여친

치즈 달총 [무드밍글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붉게 물든 손으로 귤 하나를 베어 먹자 잊었던 시간들이 되감기를 시작했다. 불현듯 찾아온 기억에 내버려진 감정이 불꽃처럼 터진다. 손에 묻어난 붉은 파편들이 남긴 해사한 얼굴 뒤에 묵혔던 감정들이 몰려온다.

일종의 ‘흑화 버전’이었다. 치즈는 달콤한 봄이었고, 싱그러운 여름이었으며, 따사로운 가을이었고, 청량한 겨울이었다. 이번엔 조금 달랐다. 아직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이별의 시간이 뜨겁게 타올랐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치즈(CHEEZE)의 한 조각을 만난 것 같기도, 완전히 새로운 치즈를 만난 것 같기도 하다. 치즈의 달총이 쏘아올린 ‘불꽃놀이’ 같은 ‘한여름밤의 꿈’이었다.

이번 여름 달총은 분주하게 움직여 여러 작업을 이어갔다. 7월엔 ‘우리 머금던 바다’, 8월엔 ‘불꽃, 놀이’를 내놓으며 완전히 다른 두 곡으로 상반된 음악을 풀어냈다. 전자가 청량한 밴드 사운드의 곡이었다면, 후자는 마이너한 보사노바다. 달총 보컬의 장점인 곡의 분위기에 따라 빛과 어둠을 오가고, 쓸쓸함과 따뜻함을 나눈다.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옛날 치즈스럽다”는 반응, “치즈의 음악이 아닌 것 같다”는 반응으로 갈렸다.

“늘 ‘치즈’라는 이미지가 뭘까 생각하게 돼요.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선 똑같은 에너지를 써서 내 귀에 좋은 음악을 내려고 하는데, 낼 때마다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한 걸 보면 그저 제가 좋은 걸 하는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덧 데뷔 13년. 네 사람이 시작했던 밴드는 두 명으로, 그러다 한 명으로 줄었다. ‘1인 체제’가 된 2017년 이후 꿋꿋이 치즈의 이름을 지키고 있는 유일무이한 멤버 달총을 만났다. 그는 “혼자가 된 이후 오랜 시간 혼란스럽고, 길을 잘 찾지 못했다”고 지난 시간들을 돌아봤다.

치즈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1년 데뷔 이후 4~5년 정도는 ‘무명의 시간’이었다. 달총은 당시를 떠올리며 “사실 치즈는 음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스터디 식으로 음반 작업을 시작한 밴드”라며 “스터디 모임이었다 해도 음악을 만들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고 들어주는 사람이 없던 시간이 무척 길어 들어주는 사람이 이토록 절실하다고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 때였다”고 했다.

“1집 앨범의 경우 2년 정도 지나 저작권료가 5000원이 들어오더라고요. 그 때 ‘와, 커피는 사먹을 수 있겠다’ 싶었죠. (웃음) 그 뒤로 싱글을 내면서 한 달에 20만 원 정도 저작권료를 받았어요. 휴대폰 요금을 내고, 나머지로 생활을 했어요. 돈이 없어도 열정과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꾸준히 하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돈이 안되니 힘들긴 하더라고요. (웃음)”

치즈 달총 [무드밍글 제공]

치즈의 음악이 오르내린 것은 2015년 발매한 ‘플레인’에 담긴 ‘마들렌 러브’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였다. 이 때부터 치즈는 본격적인 ‘인디팝’ 장르를 열었고, 달총에겐 으레 그렇듯 그 시절의 ‘고막 여친’ 격의 여러 수사가 따라왔다. 사실 ‘플레인’은 치즈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대중성’을 고민해 만든 앨범이었다.

“이때가 치즈의 분기점이었던 것 같아요. 치즈가 알려지고 잘 풀리기 시작했을 때 일생일대의 기회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노력의 결과’라는 생각보단 ‘이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웃음) 조금 더 대중성을 고민하게 된 시점이기도 했고요.”

치즈의 음악은 요즘으로 치면 여러 장르가 혼합된 ‘믹스팝’ 형태에,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 리스닝’ 계열이다. 팝 장르에 재즈부터 보사노바가 어우러진다. 편하게 들리지만 간단치 않은 장르의 혼합이 치즈 음악의 색깔을 만든다. 달총은 ‘짬뽕된 장르’라고 말한다. 치즈가 1인 체제를 구축한 것은 지난 2017년. 13년차 밴드에서 절반의 시간은 달총 혼자 치즈를 지켰다. 그는 치즈를 상징하는 ‘음색’이면서도 작사, 작곡으로 치즈의 정체성을 가꿔나가는 멤버 다.

달총은 “혼자가 된 이후 안정성을 찾기까지 3~4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자아도 미성숙한 시기였기에 어떤 때엔 눈을 가렸고, 어떤 때는 감정의 높낮이가 커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치즈의 이름을 지키려던 시간의 달총은 꽤 오랜 시간 고군분투했다. 나 홀로 치즈를 이끌며 그는 ‘치즈다움’, ‘치즈스러움’을 치열하게 고민하게 됐다. 멤버들과 함께 할 땐 그것으로 ‘온전한 치즈’였기에 굳이 고민의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1인 체제 이후엔 “치즈 같다거나, 치즈 같지 않다는 이야기에 휘둘려 갈팡질팡 하며 스스로 확신을 갖지 못했던 시간이 길었다”고 했다.

2020년 발매한 ‘오늘의 기분’은 마침내 달총이 다시 ‘온전한 치즈’로 설 수 있었던 때다. 그동안의 혼란스러움과 부담을 털어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도 대중과 치즈의 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고 확신”을 새긴 시기다.

이제 대중은 치즈에게 물음표를 던지지 않는다. “마냥 슬프지도 그렇다고 마냥 밝지도 않은 노래”, 슬픔과 기쁨, 밝음과 우울이 공존하며 늘 ‘양면의 감정’을 노래하는 달총과 그의 노랫말은 무엇을 보여줘도 치즈로 존재한다.

지난 13년의 긴 시간 동안 달총은 20대에서 30대가 됐다. 모든 날들은 ‘배움의 시간’이라고 한다. 그는 “방구석에서 혼자 음악을 만들다 치즈의 음악을 통해 방구석에서 하던 말을 꺼내와 사회와 부딪히고 세상에 스며드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사실 전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해요. 하는 일도, 마음도요.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도 없어요. 여전히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나의 음악이 빛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감이 죽지 않는 이상 계속 음악으로 노력하고 싶어요. 치즈로서 들려주고 싶은 음악,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음악,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의 중심을 찾아 잘 가고 싶어요. 저, 제가 듣기에 구린 거 안 해요. (웃음) 계속 좋은 음악 할게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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