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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소각장·폐교, 빛나는 예술 공간이 되다
한국관광공사 9월 테마 ‘공간의 재활용’
소각장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부천아트벙커B39
초대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레노부르크뮤지엄
폐교 활용 공간 무이예술관·오대호아트팩토리
소각장이 2010년 문을 닫고 8년 동안 인공적·자연적 정화를 한 끝에 2018년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한 ‘부천아트벙커B39’

흉물스럽던 쓰레기 소각장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예술공간 부천아트벙커B39로 변신했다. 이곳은 레노부르크뮤지엄·한국만화박물관과 함께 ‘부천 아트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부천아트벙커B39는 원래 하루 200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던 ‘삼정동 소각장’으로, 서울 난지도와 함께 유해 물질의 진원지라는 오명을 가졌던 곳이다. 하지만 소각장이 2010년 문을 닫고 8년 동안 인공적·자연적 정화를 한 끝에 2018년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했다. 1층부터 3층까지는 전시실을 만들고, 4층과 5층은 보존 구역으로 남겨 옛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1층은 벙커, 멀티미디어홀, 에어갤러리, 재벙커, 유인송풍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벙커는 쓰레기 저장조였던 시설로, 높이만 39m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부천아트벙커B39라는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 에어갤러리는 소각로였던 자리로 한쪽 벽을 헐어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했다.

재생은 어두운 것을 밝게 하는 희망의 빛이다. 한국관광공사는 9월 가볼 만한 곳의 테마로 ‘공간의 재활용’을 선정, 부천 등 5곳을 추천했다고 3일 밝혔다.

현재 부천아트벙커B39에서는 융복합 예술을 추구하는 현대 미술품 전시와 친환경을 주제로 한 행사와 공연 등이 열린다. 오는 6~8일, 이곳에서 융복합예술축제 벙커페스타가 펼쳐진다.

인근에 있는 심곡천은 1980년대 복개된 후 2017년이 돼서야 생태 복원 사업을 통해 도심 속 녹지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부천 레노부르크뮤지엄은 초대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관이고, 2001년 개관한 만화박물관은 한국 만화의 역사를 흥미롭게 체험하는 곳이다.

1999년 폐교한 무이초등학교가 2001년 예술 공간으로 변신한 ‘평창무이예술관’

평창무이예술관은 1999년 폐교한 무이초등학교가 조각가 오상욱, 서양화가 정연서, 서예가 이천섭 등의 예술가를 만나 2001년 예술 공간으로 변신한 곳이다. 기존 학교 틀을 그대로 살린 채 학교 운동장은 조각공원으로, 교실은 전시실로 꾸몄다.

나무 복도 바닥, 칠판, 풍금 등 무이초 시절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어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무이예술관을 꾸린 작가들의 전시와 다양한 기획 전시를 감상하고, 화덕 피자 만들기 등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에도 참가할 수 있다. 2층 규모 갤러리 카페도 갖췄다. 무이예술관이 있는 강원 평창군 봉평면에서는 오는 6일부터 드넓은 메밀 꽃밭을 배경으로 평창효석문화제도 열린다.

국내 ‘정크 아트(폐기물을 활용한 예술작품)’의 메카로 불리는 충북 충주시 오대호아트팩토리 역시 폐교를 개조한 공간이다. 오대호 작가가 철, 플라스틱, 나무 등 버려진 재료에 기계공학적 기술과 상상력을 입혀 작품을 탄생시켰다.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도 선보이고 있어, 작품을 만져보는 것도 가능하다. 아트바이크를 타고 드넓은 운동장을 마음껏 누릴 수도 있다.

조선 시대 후기 대표 하항(하천 연안에 발달된 항구)이었던 충주 목계나루 근처에는 담배창고였던 공간이 ‘코치빌더’라는 카페로 변신했다. 코치빌더란 신차 주문생산자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추억의 올드카와 클래식카가 복원·전시돼 있다. 이곳은 밤, 고구마 등을 재료로 빵을 만드는 맛집이기도 하다.

거창근대의료박물관은 1954~2006년 자생의원이었던 곳을 재생시킨 전시 공간이다. 당시의 처치실, 수술실, X선실 등의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옛 수술기구와 의료시설도 눈길을 끈다. 근대의료의 역사를 듣는 이야기의 공간이자 역사와 치유를 경험하는 이색적인 문화 체험의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때때로 앞마당에서 ‘힐링 콘서트’도 열린다.

거창 항노화힐링랜드의 Y자형 출렁다리는 우두산 협곡의 600m 상공에서 깎아지른 절벽 사이를 세 방향으로 연결한 빨간색 산악 보도교로 짜릿한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광주에 있는 전일빌딩245는 5·18민주화운동 중 이 건물을 향해 헬기에서 사격한 총탄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슬픈 기억의 장소는 예술 공간으로 바뀌었다. 광주콘텐츠허브로 사용 중인 5~7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은 전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5·18민주광장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5·18민주광장에 가면 당시를 촬영한 사진과 영상에 등장하는 원형 분수대가 아직도 자리를 지킨다. 인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아시아와 문화를 주제로 전시와 공연이 이뤄지는 광주의 대표 문화시설이다.

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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