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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곡된 시장이 부른 ‘법관부족 시대’
SKY 로스쿨 입학 위해 반수
지방 로스쿨은 학생 없어 적자
개업 변호사의 75% 서울 집중
대형로펌·서울 쏠림 현상 여전
수만 늘려선 밑빠진 독 물 붓기
지난 22일 2025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 공동입학설명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aT센터 전시관 앞에 행사 시작을 기다리는 수험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

법관 부족의 원인은 최소 법조경력 탓으로 단순화할 수 없다. 근본적인 원인은 수도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대형로펌 쏠림 현상 등 법률시장의 왜곡에 있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의견이다.

단순히 수만 늘리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기사 4면

실제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제외한 전국 로스쿨 대부분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30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로스쿨의 적자 총액은 1561억원(21개교)이다. 결원이 충원되지 않으면 연간 67억원의 재정 손실이 추가적으로 발생한다.

만성 적자의 원인 중 하나는 상위 로스쿨 진학을 위한 ‘로스쿨 반수’가 꼽힌다. 로스쿨 자퇴생은 2022년 208명에 달했는데, 대부분 지방 대학 로스쿨을 다니다 ‘SKY 로스쿨’로 재입학한 사례였다. 실제 지난해 로스쿨 신입생의 절반 가까이가 반수를 염두에 두고 로스쿨 입학시험인 법학적성시험(LEET)에 재응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기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고액 연봉을 받는 대형 로펌 입사를 위해 SKY 로스쿨에 재도전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어서다. 최근 5년간 5대 대형 로펌(김앤장·광장·태평양·율촌·세종)의 SKY 로스쿨 비중은 각각 83·79·81·80·77%에 달했다. 5명 중 4명이 SKY 로스쿨 출신인 셈이다.

서울 소재 로스쿨에 재학 중인 A씨는 “동기 대부분이 대형 로펌을 가고 싶어 한다”며 “판검사는 비교적 연봉이 낮고, 지방 순환 근무를 해야 해 예전만큼 선호도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SKY 로스쿨 출신 변호사 B씨도 “나중에 개업을 하더라도 의뢰인이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를 선호할 때가 많다”며 “실력과 무관하게 출신 학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현상이 있는 한 법률 시장의 왜곡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로스쿨 제도가 시행됐음에도 정작 지방에서 활동하는 변호사가 크게 늘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고 법조계에서는 분석한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개업 변호사 수는 약 1만5000명에서 3만명으로 2배 증가했지만 개업 변호사의 75%가 서울에 집중되는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2009년 도입된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 중 하나는 지역균형 발전과 무변촌(변호사가 없는 마을) 해소였다. 하지만 지방에서 로스쿨을 졸업해도 서울에서 개업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오히려 지방 변호사 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444명이던 지방 변호사 수는 이번달 기준 7274명으로 약 14% 감소했다. 안세연 기자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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