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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찜통 승강장 해결해주세요”…민원 폭주하는 서울 지하철
서울 지하철 올해만 냉방 민원 30만 건 달해
비냉방 역사도 18.2%…“찜통 역사 같다”
공사 “냉방 대기실 확대 등 시민 편의 증진”
중부지방에 폭염 경보가 발효 중인 1일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 출입구에서 한 어르신이 햇볕을 피해 계단에 앉아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에어컨이 틀어진 지하철역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26일 오전 6시 30분 서울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승강장에서 만난 30대 김모 씨가 젖은 셔츠를 손 선풍기로 말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서울 도심 지역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연신 부채질 하며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땀을 식히고 있던 한 승객 40대 박모 씨는 “지하철역도 시원하게 해주면 좋겠는데, 기대도 안 된다”라며 “지하철 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라며 웃었다. 5호선 천호역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 황모(71) 씨는 “5호선은 지하 깊숙이 있기 때문에 찜통같이 더 더운 것 같다”라며 “낮시간 동안 만이라도 역사 내부에 에어컨이 제대로 가동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1996년 이후 만들어진 지하철역 대부분은 냉방시설이 들어선 상황이지만, 역사 내부 온도는 높아 냉방을 제대로 가동하고 있는지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올해 서울지하철 냉방 민원이 역대 최대 수준인 약 30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8호선 275개 역사의 81.8%(225개)는 냉방시설이 설치돼 있다. 냉방을 가동하는 지하철 역사에서는 승강장과 대합실 천장에 있는 송풍구를 통해 내보내는 방식으로 운용했다. 다만 실제로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역사는 적었다. 막대한 전기요금 부담에 지하철 운영 시간 내내 냉방시설이 가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하철 냉방 민원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1일부터 8월 18일까지 공사에 접수된 냉방민원은 29만9709건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서울지하철 5호선. [헤럴드경제 DB]

실제로 역사 냉방 민원은 올해만 30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소속 김지향 시의원(국민의힘·영등포4)이 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지하철 냉방 민원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1일부터 8월 18일까지 공사에 접수된 냉방민원은 29만970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같은 기간(18만1048건)과 비교해 약 65.5% 증가한 수치다. 장소별로 보면, 올해 역사 냉방민원은 959건, 열차 냉방민원은 29만8750건이었다.

지하철 냉방 민원이 급증한 것은 폭염일수가 늘어난 데다가, 서울 지하철역 상당수가 예산 부족 및 시설 노후화 등의 이유로 냉방시설이 없거나 제대로 가동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실제 서울 지하철 1∼8호선 275개 역사 가운데 비냉방 역사는 50개역(18.2%)에 달한다. 비냉방 역사는 3호선(20개), 2호선(17개)에 집중돼 있으며, 2호선 비냉방 역사는 대부분 지상 역사다.

김 의원은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고통받는 시민을 위해 ‘시민의 발’인 지하철에 과감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하철 역사 내부가 덥다는 민원이 지속해서 들어오자, 공사는 이동식 에어컨 등 이동식 냉방장치를 비냉방 역사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공사는 이에 더해 현재 건대입구역 등 9개 역(14개소)에 설치돼 있는 ‘냉방시설을 갖춘 고객 대기실’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사 관계자는 “지금 냉방시설을 신규로 설치하려면 역당 600억~700억원이 들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며 “지금 몇개 역사에 설치되어 있는 ‘냉방 대기실’ 등을 확대하는 등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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