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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통일독트린’ 나온 8월, 북중 접경지를 가다[함영훈의 멋·맛·쉼]
고구려와 재회하고, 백두산에 오르다
집안 국내성 1만2000여기 피라미드
패키지 관람 본격화..고조선부터 조성
졸본,비류,백두산여행 한국인이 80~90%

[헤럴드경제(집안)=함영훈 기자] “아, 고구려 1만2000기 피라미드, 이제야 찾아보니 미안하구나.”

신의주 건너편 단동과 백두산 북서쪽 통화 사이에 있는 집안에 가면 매우 놀라운 K-헤리티지들이 한국 일반 여행객을 맞기 시작했다.

국내성(집안) 환도산성의 1만2000기 고조선~고구려 피라미드 고분군. 능옆에 작업중이 트럭을 보면 능의 규모를 알 수 있다.
올 여름 백두산 천지 풍경(서파)

▶국내성 찾아가자, 일만이천릉 피라미드= 바로, 옛 국내성에 속한 환도산성 주변의 1만2000여 기 고구려 피라미드이다. 최근들어 여행사들의 백두산 탐방 패키지로도 갈 수 있게 되었다.

이곳의 장수왕릉 피라미드는 이미 우리 국민들에게 사진으로 많이 공개됐었다. 장수왕릉은 이 1만2000기 피라미드 중 하나일 뿐이다.

불과 50여년 전 만 해도 1만2000기 모습이 그럭저럭 남아있었으나, 지금은 이 중 절반이 겨우 흔적 만 보이고, 6000여기는 완연한 피라미드 모습이거나 4각 밑변이라도 남아있다.

고의로 훼손하기도 했고, 중국 당국의 방치 속에 건설사들이 마구잡이로 채석해갔기 때문이다. 북중 접경지와 만주, 요하-요수 일대 고구려 족적은 이처럼 훼손되기도 했어도, 상당 부분 남아있다.

오랜만에 대통령이 ‘통일 독트린’을 내놓았다. 강대국들의 숟가락 얹기를 막고 완전한 통일을 위해 대북관계를 좀더 대승적인 자세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압록강 단교에서 본 풍경 왼쪽이 북한, 오른쪽이 중국

단동의 압록강 단교에서 보면 압록강 북쪽 중국에 비해 북한쪽이 훨씬 낙후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헤럴드경제는 이번 독트린이 나오기 전, 북중접경지를 탐방하면서 고구려 유적과 재회하고, 남북 정상이 백두산 물을 뜨던 현장을 목도했다. 북한 주민의 실상도 먼 발치에서나마 볼 수 있었다.

▶中 남의 역사라 국내성 훼손, 이제와 호들갑= 고구려의 시조 황제인 고주몽 성제는 BC 37년 비류수가 흐르는 졸본에 터잡았고, 2대 황제인 유리명제는 부왕의 집권으로부터 35년 뒤인 AD 2년 집안 국내성 도성(황성이라 부름)과 환도산성을 조성했다. 그후 이곳은 424년 간 고구려의 수도가 된다.

북중접경지 여행자의 십중팔구는 남한사람이다. 조선여유 광고판이 눈에 확 띈다.

국내성이 있는 집안 고구려 유적지 주차장부터 ‘조선여행’이라는 초대형 광고판이 손님 모객을 위해 서있다. 북중접경지 관광객의 80~90%는 남한사람들이다. 여행자 민박집, 중국에서 보기 힘든 커피도 파는 마트, 호태왕(광개토왕) 기념품 가게, 남한 식의 세련된 의상실도 보인다.

유네스크 세계유산이라는 뜻의 AAAAA 표시를 지나면 광개토왕비, 광개토왕릉, 장수왕릉, 환도산성 순으로 역사산책을 하게 된다.

집안시 중심부의 도성, 국내성엔 일제때까지만해도 10m에 육박하던 성벽이 남아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아파트용 석재로 빼가고, 현재 2m정도만 남아있다. 중국이 자기 유물이라 여겼으면 훼손하지 않았을 것이다.

광개토왕릉비

▶광개토왕께 이제야 부의금을= 주황색 지붕의 전각 안에 보관된, 높이 6.39m, 너비 1.34~3m의 광개토왕릉비는 414년에 아들 장수왕이 부친을 기리기 위해 1775자를 새긴 뒤 세운 것이다. 비문에는 고구려 건국 신화, 초기 왕계, 호태왕의 영토개척 공적, 능묘의 관리제도 등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안내문에는 ‘광개토왕릉비의 발굴은 중세기 이래 세인에게 잊혀졌던 고구려 문명 및 중심지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확인하였고, 동북아 지역 고고학 유적지 에서의 중요한 역할을 인증하였다’고 적어놓았다. 전각 내부 촬영이 금지이므로 바깥에 유리막 반사를 없애는 종이로 막기 기법으로 기념촬영을 한다.

어머니의 젖가슴 처럼 생긴 광개왕릉 꼭대기 석실에는 수많은 한국인들이 1600년만에 부조금을 잔뜩 놓아두었다.

장수왕릉

장수왕릉은 이집트 카이로 사카라의 계단형 피라미드와 흡사하다. 기원전 2세기에 만들어진 멕시코 테오티우아칸 피라미드와도 닮았다. 장수왕릉 주변엔 1만2000여기의 피라미드가 고조선때 부터 조성돼 있다. 여행자 방문이 허용되는 환도산성 초입 성벽 위에서 우산하고분군 수백기를 한 눈에 내려다 볼수 있다.

이들 1만2000기 피라미드는 통구고분군이라 통칭된다. 통구는 동이구족(퉁구스)의 줄임말이다. 고분군은 우산하고분군, 산성하고분군, 만보정고분군, 마선고분군, 칠성산고분군으로 나누어진다. 우산하 고분군에는 왕릉으로 확인된 우산 2110호와 992호, 임강총이 포함돼 있다. 귀족들의 무덤으로 추정하고 있는 사신무덤, 무용총, 각저총, 오회분과 사회분 등도 이 일대에 있다.

▶압록강 단교, 졸본, 비사, 비류= 백두산은 국내여행이지만, 어쩔수 없이 해외여행으로 분류된다. 작년에 비해 한국인 여행객 수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여행지가 ‘백두산-고구려’패키지였다. 천지를 관측하기 가장 좋은 때는 6월말~9월중순이다. 지금도 제철이다.

졸본성 역사박물관 ‘고구려 제1도성’ 팻말

북파는 연변, 용정, 윤동주생가 등을 거쳐 북쪽으로 가는 코스인데, 차가 산꼭대기까지 가니 걸어서 전망지점까지 가는데 수월하지만, 시야가 좁다.

서파는 국내성 1만2000개 피라미드, 졸본성, 비사성, 비류수와 비류호, 압록강 단교 등을 거쳐 서쪽으로 진입하는데, 계단 400여개를 걸어오르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시야가 넓어 제대로 된 천지를 볼 수 있다.

백두산에 오르기전 추모 황제(고주몽성제)가 고구려를 세우고 최초로 쌓은 성 졸본 지역 오녀산성을 들른다. 우리 이름이 그대로 남아있는 ‘환인’현에서 동북으로 8.5㎞ 거리에 있다. 해발 800m 정도이며, 정상부의 지세는 평탄하지만 주변은 100~200m 높이의 절벽을 이루는 요새이다.

비류호

비류강 비류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에 오르면, 부러울 것이 없다. 몇몇 여행자는 “경치로는 여기가 천지 보다 낫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어 고구려가 세운 천리장성의 박작성(중국명 호장산성)으로 향한다. 오녀산성, 호장산성 모두 중국측이 임의로 갖다붙인 이름이다. 박작성은 단동 시내에서 압록강변을 따라 북쪽으로 30㎞ 정도에 있으며 1990년대에 중국측이 중국성 형태의 전각을 지은뒤 만리장성의 동단이라 거짓 주장하고 있는 곳이다. 만리장성 동단은 베이징 주변에 엄연히 있다.

▶서파로 천지 오르면 남북정상 동행 장소 보여= 압록강 단교에서 통일 염원을 다시 가슴에 새긴 뒤, 위화도, 박작성을 지나 여러차례 차량을 갈아탄 끝에, 서파 코스 걷기의 시작점, 백두산(중국명 장백산) 주차장에 이른다. 여기서 400여개 계단을 걸어서 오른다. 노약자를 위해 유료 가마꾼이 오르내린다.

백두산 정상부 흰부분은 화산재가 굳어진 것이다.

오르막 오른쪽 산이 하얗다. 화산재가 쌓인 지역이다. 백두산의 뜻은 머리가 희다는 뜻인데, 화산재가 쌓여 응고된 부분의 여전히 옅은 회색빛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백두산에 오르자, 저마다 인생샷 찍기에 여념이 없다. 가장 뷰가 좋은 곳은 네모난 방 처럼 테두리로 쳐서 한명 씩 찍느라 긴 줄이 서있지만, 그 바로 옆 지점도 뷰가 좋다.

반대편엔 문재인 전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함께 사진찍던 동파 지점이 보인다. 북한 쪽에선 동파와 남파가 있는데, 남파는 너무 험준해 전문가들만 이용한다고 한다.

북한 마을
압록강 단교

하산길에 들르는 금강대협곡의 수려함도 19세기 말까지 우리 것이었다. 화산 폭발 시 화산 용암이 지나며 좁고 깊은 협곡을 만들었다. 백두산 원시림의 호위를 받으며, 수백m 낭떠러지 사이로 청정 옥수가 세차게 흐른다..

해발 1700m 지점엔 야생화 화원이 펼쳐져 있다. 1800여 종의 야생화가 고산의 거대 정원 속에서 자태를 뽐낸다.

날이 좋지 않아 천지를 못본다해도, 고구려 유적 탐방으로도 충분히 감동어린 북중접경지 여행이 될 수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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