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국이 공개한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냉각탑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러시아가 점령한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 단지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서 11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하면서 냉각탑 중 하나가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AFP 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자는 구조대가 화재를 진압 중이라고 전하면서 다만 화재로 인해 폭발 가능성은 없으며, 냉각탑에 난 불이 발전소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인근 도시 에네르호다르에 공격을 가해 화재가 발생했다”며 우크라이나를 비난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했다. 이 원전은 같은 해 9월 원자로 6기 모두가 ‘냉온정지’(cold shutdown) 상태로 전환되면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러시아 국영원전기업 로사톰은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측이 ‘핵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로사톰은 “8월 11일 오후 8시20분과 8시32분께 자포리자 원전의 2개 냉각탑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 공격용 드론(무인기)에 직격돼 내부 구조에 화재가 발생했다. 오후 11시30분께 큰 불이 잡혔지만 냉각탑 내부구조가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이 같은 러시아의 주장을 반박했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에 불을 지르고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전가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이 시설에 불을 질렀다”면서, 이는 필요 시 자포리자 원전을 파괴해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핵재난을 안겨줄 수 있음을 암시함으로써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우크라 국영 원전 기업 에네르고아톰도 성명을 내고 이날 화재 속에 냉각탑 중 하나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화재로 자포리자 원전에서 방사능이 누출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자포리자 원전이 있는 에네르호다르 인근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러시아군이 냉각탑 안에서 오토바이용 타이어를 태워 화재를 꾸며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아마 이건 일종의 도발이거나 (러시아군이 작년 댐을 무너뜨리기 전까지 원전 냉각수 공급용) 저수지였던 이곳 주변 주민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려는 시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자포리자 원전에 있던 IAEA 팀이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냉각탑 화재와 관련한 정보를 전달 받았다고 밝혔다.

IAEA는 냉각탑 화재에도 “핵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유엔은 지난 7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자포리자 원전의 통제권을 즉각 반환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지난 6일 세계 최대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러시아 쿠르스크주(州)에 대규모 병력을 진입시키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11일 우크라이나 측에서 공개한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냉각탑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젤렌스키 엑스(X, 옛 트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