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지사 인스타그램 영상 캡처]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최근 김동연 경기지사가 컵라면을 끓여온 여성 비서관을 훈계해 화재가 된 가운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였던 문상철씨가 “국민의 눈높이는 달라졌는데 정치인은 그대로”라는 관전평을 올렸다. 그는 2011~2017년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로 근무한 인물이다.

문씨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라면이 이미 준비된 걸 알았다면 직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자신이 김치나 물을 가지러 갔다면 어땠을까”라며 김 지사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도청의 문화를 바꾸고 싶어 꼭 지적해야 했다면 카메라부터 끄게 하고 비서실 직원들에게 조용히 이야기했다면 어땠을까”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씨는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저렇게 공개적으로 윽박지르는 도지사에게, 그 영상을 자신의 SNS 계정에 홍보용으로 올리는 도청 조직에게 변화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화내는 도지사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촬영하고, 그 영상에 감정을 강요하는 음악들을 깔아 편집한 영상을 도지사의 계정에 올리기까지 김동연 지사의 승인과 많은 참모진의 논의를 거쳤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답답한 도청의 문화, 여성 직원의 단순 업무 탈피는 배려를 가장한 윽박지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도지사의 솔선수범과 공정한 리더십, 생색내지 않는 진정성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문씨는 “(김동연 지사가) 도지사가 된 지 2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도청 문화를 바꾸고 싶다고 카메라 앞에서 직원에게 화를 낸다면 앞으로의 변화는 누구에게 기대해야 할까”라고도 덧붙였다.

앞서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2일 김 지사의 인스타그램에는 ‘김동연 격노 그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김 지사는 회의로 점심을 거른 자신을 위해 컵라면을 끓여온 여성 비서관에게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지사라고 이런 것 부탁하는 것 싫다. 우리 이런 룰 깨자고”라며 “유리천장처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호통쳤다.

해당 영상은 공개된 초기에는 7000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리는 등 화제를 모았지만, 여당 의원들로부터 연출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 자료를 통해 “동영상은 3~4개월 전 것으로 당시 회의 촬영을 맡은 비서관이 휴대전화로 촬영했다가 이번에 관련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